성남큐브미술관 이현배 페인티드 블랙展
같은 패턴도 저마다 다른 형태 떠올리는 경험 선사
▲ 이현배作 'Black surface oil on canvas' /사진제공=성남문화재단

"내 속에서 모든 답을 찾으려는 나 자신과 속에서 모든 것을 끄집어내어 그린 그림은 서로 맥을 같이한다."
성남문화재단이 발굴한 청년작가 이현배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 통제와 방치가 혼합해 생성되는 형상들을 실체화하고 생명력을 부여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성남문화재단은 23일부터 10월13일까지 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에서 성남청년작가전3 '이현배 : 페인티드 블랙(Painted Black)'을 연다.

성남청년작가전은 성남문화재단이 2015년부터 지역 작가를 발굴해 지원하기 위해 만든 프로젝트다.
이번 전시에서 이현배 작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관해 관심을 갖고 그것을 실체화하고 생명력을 부여한다. 작가는 언제부턴가 어렵고 그럴듯한 말로 작품을 포장하는 일이 왠지 부자연스럽고, 진실하지 못하다고 느꼈다. 그의 작업은 자신이 보고 인지한 사물과 다른 사람이 보고 인지한 것이 같지 않을 수 있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캔버스에 물감을 뿌리거나 흘려보낸 불규칙한 물감의 패턴은 작가의 의식처럼 자유롭게 이어진다. 전시 제목 '페인티드 블랙'은 작가가 지난 몇 년간 작업하며 어떤 해답을 찾기 위해 고심한 과정을 담고 있다. 새하얗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은 상태로 시간을 보내며 고뇌한 시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사물을 바라보지만, 그중에서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사물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 화장실 타일의 불규칙한 문양에서 사람의 얼굴을 찾거나, 자동차 보닛 위에 고인 빗물이나 구름의 형태를 보고 동물, 어떤 특정 대상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한다. 작가는 이렇게 사물과 연관성이 없는 대상에서 일정한 패턴을 추출해 연관된 의미를 떠올리는 심리적 현상을 자신의 작업 도구로 끌어왔다.

서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듯 보이는 이현배 작가의 작품 속 형상은 어떤 특정 대상을 규정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 연체동물이 서로 뒤섞여 꿈틀거리는 것처럼 보이는가 하면, 구름이나 연기 같은 기체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또 어떤 작품은 전혀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듯 초현실적 공간을 만들어 낸다.
전시를 통해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 통제와 방치가 혼합해 생성되는 형상들을 본 관람객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작품을 들여다보고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가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관람료는 없다.

/성남=이동희 기자 dh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