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선 경기본사사회2부 차장

한달 전쯤으로 기억한다. 경수대로(1번 국도) 동수원사거리에서 신호에 걸려 정차하고 있는데, 뒤차가 들이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큰 충돌은 아니었지만 범퍼 상태를 살피기 위해 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뒤차 운전자는 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범퍼와 뒤차를 번갈아 쳐다보니 운전자가 그제야 차문을 열고 나왔다.
운전자는 언뜻 봐도 70세 이상은 돼 보였는데, 나를 보며 하는 말이 너무 황당했다. "부딪혔나요?" "부딪혔으니까 제가 내렸죠. 범퍼도 이상 없고 하니 그냥 가세요." 나이 많은 분과 언쟁하기 싫어 얘기를 꺼냈더니,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차에 올라탔다. 서운한 마음에 앞서 충돌사고가 났음에도 인지하지 못한 운전자에게 더 놀랐던 경험이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연구원의 '고위험군 운전자의 주요 사고원인 분석연구'를 보면 고령화에 따른 신체 기능의 저하가 안전운전에 필수적인 시력, 청력, 근력, 손발 협응 능력 저하로 이어져 위험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기 어렵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현황'에서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사고가 2014년 2만275건에서 2018년 3만12건으로 9737건(48%) 증가했다. 이런 이유로 최근 전국 여러 지자체에서 고령운전자들의 '운전면허 반납'을 유도하는 다양한 시책을 펼치고 있다.

경기도도 이르면 9월부터 만 65세 이상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운전면허 자진 반납제도를 시행한다. 도는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는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10만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지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찬반 여론이 팽팽하다. 위 사례를 경험한 기자는 찬성하지만 개인 신체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연령'을 기준으로 하면 고령층의 강한 반발과 사회적 통합을 방해한다는 반대 입장도 이해가 간다.
경기도민 1000명에 대한 고령운전자 관련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도민 40%가 제도 도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특히 고령운전자만을 대상으로 면허 자진반납 의향을 물었더니 54%가 '없다'고 했다.
제도를 시행함에 모든 사람들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다. 다만, 이견을 좁힐 순 있다. 이를 위해 면허를 자진 반납하는 고령운전자에 대한 버스요금 할인 혜택 확대, 인식 개선 캠페인 확산 등 제도를 확대·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도에서도 제도를 면밀히 검토하고 시행하겠다고 한 만큼 사회 전체의 공익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 제도가 안착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