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우 경기동부취재본부 부장

1990년대 말 어느 날 도내 한 시청 앞. 그동안 조용했던 시청 앞에 수백명 단위의 주민들이 몰려와 연일 꽹과리와 북을 치며 소리 높여 자신들의 주장을 펼쳤다. 이들의 주장은 도로는 물론 도시 기반시설조차 없이 들어선 아파트에 입주한 뒤 겪는 불편함을 해결키 위한 주장들이었다. 그들의 불편함이란 단순히 생활의 불편함 정도에 그치지 않고 생활이 마비될 정도로 생계의 문제였다. 아파트 건설로 입주가 됐는데 진입로가 없거나, 있어도 농로거나, 심지어 입주한 빌라 위에 도로가 나 있어 사생활이 노출된 경우도 있었다. 또 용인시 수지와 성남시 분당구 간 도로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 인접도시의 주민들도 있었으며 심지어 농지에 아파트가 들어선 나홀로 아파트로 인해 고통을 받던 주민들이었다. 즉 난개발로 인해 피해를 입던 주민들이었다. 이들의 집단민원은 그동안 몇 년 동안 계속됐다.

1997년도 IMF 외환위기 이후 준농림지역 등이 개발 가능지역으로 풀리면서 아파트 개발붐 한복판에 놓여 있던 이 도시의 주민들이 불편함의 주인공들이었다. 도시가 개발되지만 도로도 없이 개발되는 난개발이었다.
난개발로 시작된 집단 민원들의 피해자들은 이들만이 아니었다. 이들로 인해 김량장동 상인들은 하루종일 장사를 하지 못해 울상을 지었으며 담당공무원들은 당시로서는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아 시청사 문을 닫고 업무를 중단하는데 이를 정도였다.

갑자기 난개발의 대명사가 된 20년전 이 도시의 모습을 새삼 꺼낸 것은, 당시 이 현장에 있었던 기자가 최근 광주시에서 또다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급격한 발전과 폭발적 인구증가로 인한 도시 기반시설 지연으로 인해 주민들의 불편이 우려된다.
2001년 시 승격 당시 10만명 수준이었던 도농복합 도시인 광주시는 7월말 현재 38만1179명으로 18년 동안 3배 가량 인구가 증가했으며, 도시 지구단위계획에 따른 도시개발이 완료되는 오는 2030년에는 48만여명으로 증가할 예정이다.
특히 오는 30일 태전지구 7지구 아파트 사용승인이 날 예정이다. 이미 이 일대 인접도로인 45·43번 국도와 성남~이천 국도 등은 현재 9만대, 12만대의 하루 교통 통행량으로 국토부 도로업무편람에 따른 통행량인 6만1000대(45·43번), 6만8000대를 이미 넘은 상태로 현재에도 주민들이 극심한 상습 교통 혼잡을 겪고 있다. 특히 태전IC와 고산IC의 하루종일 빚어지는 극심한 정체는 고통 수준이다. 이 가운데 또다시 아파트 사용승인으로 주민들의 입주가 시작되는 것이다. 또 최근 태전지구 내 대단위 아파트 허가가 났다. 이로 인해 20년 전 용인시의 난개발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광주시도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시는 대단위 택지지구인 태전, 고산지구 등 개발로 인해 극심한 정체 현상을 빚는 45, 43번 국도는 기존 도로 확장 공사의 어려움으로 인해 2988억원을 투입해 대체 우회도로를 추진키 위해 국토부에 건의한 상태이며 성남시 분당구와 연결되는 도로인 57번 국지도에 대해서도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인구수가 줄어드는 대부분의 도시에 비해 한 달에 1000여명씩 증가하고 있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광주시가 미래도 즐거워지려면 과거의 타지역 난개발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