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욱 사회부 기자

 

취재를 하다보면 한 번 더 눈길이 가는 사안들이 있다. 기자도 사람인지라 내 삶과 가까운 정책이나 사건들은 유심히 살피게 된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남성 평균 초혼연령은 33세. 평균을 조금 넘겨서 그런지, 주변에 결혼과 출산을 앞둔 친구들이 많아서 그런지 요즘은 가족 정책에 관심이 많이 간다.
지난해 9월 인천 남동구의회에서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 지원 조례'를 입법 예고했다. 신선했다. 취재를 해보니 앞서 계양구도 관련 조례를 만들고 정책 시행을 앞두고 있었다.
올해부터 육아휴직을 한 남성들에게 3~6개월간 최대 200~300만원을 지급하는 두 지자체는 전국 최초 남성 육아휴직 장려금을 도입한 곳이 됐다.

호응은 좋았다. 계양구는 애초 남성 육아휴직자가 58명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예산을 편성했는데 이달 기준 이미 목표치를 넘어서 추가 예산 확보를 준비 중이다.
남동구는 100명을 예상했는데 58명이 장려금을 받아 목표치 절반을 넘겼다. 서구 역시 최근 이 정책을 도입해 이달부터 장려금을 지급한다.
그런데 취재하면서 항상 떠나지 않는 물음이 하나 있었다. 육아휴직으로 임금을 100% 보존 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이 정책은 분명 가계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남성 육아휴직자가 적은 까닭이 단지 돈 문제일까.

동창생들이 모여 있는 단체 카톡방에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사내 분위기를 한번 물어봤다. 답은 비관적이었다. '말도 못 꺼낸다', '아무도 안 써봐서 모른다', '가능은 한데 회사에서 난색을 표한다', '공백 메워줄 인력이 없어 미안해 못 쓴다'고 한다.
실제 육아휴직을 썼던 한 친구의 동료직원은 복귀 후 한직으로 발령이 났다고 한다. 금융계에서 일하는 한 친구는 면접 당시 육아휴직을 쓸 거냐는 질문도 받았다.
얼마 전 딸을 낳은 다른 친구는 애기가 2명 정도 돼야 두세 달 정도 써볼까 생각해 볼 수 있단다.
출산과 육아는 축복의 신호가 아니다. 위기의 신호다. 특히 공공 보육 시스템이 부실한 우리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다니는 직장에서 처음 육아휴직을 쓴 남자가 됐다는 한 취재원이 말했다. "승진을 포기하고 가족을 택했다."
인천 지자체들의 남성 육아휴직 장려금 정책이 '휴직을 할 수 있는 사람'만 누리는 혜택이 되지 않으려면 그 이전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