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강화를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과 거버넌스 구축

 

지방자치가 성년기에 접어들었지만 보건의료 정책 대부분은 중앙 지배적이다.

그동안 시·도의 기능이 간과됐고,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역할도 주목받지 못했다.

지방자치법이나 보건의료기본법에서 제시한 법적 권한과 책임은 군·구에 요구하는 내용과 별반 차이가 없어 중앙정부와 군·구 사이에 애매하게 끼어 있는 형태다.

사회적·지역환경적 맥락으로 보면 시·도 광역 단위에서 지역 주민의 건강 수준과 자원을 평가하고 군·구의 역할과 자원 배분을 결정하는 큰 그림이 중요하다.

군·구 단위로만 보건사업이 접근되는 경우 자칫 단일 사업 위주의 개인별 접근에만 머물 우려가 있다.

지역 간 건강 격차를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가 건강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보건의료 사업을 하달하는 방법을 지양하고, 광역자치단체에서 지역 실정과 우선순위에 따라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방식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개인의 건강은 사회적·물리적 환경의 맥락에서 이해와 접근이 필요한데 이를 중앙 단위에서 주관하기보다는 시·도가 주체가 돼 전개하는 것이 적절하다.

더군다나 최근 주요 보건의료 정책으로 발표된 의료전달체계 개선, 공공보건의료 대책, 커뮤니티 케어 등은 지역사회의 주도적 활동을 필요로 하는 사업들이다.

이와 같이 지역사회 기반의 정책을 추진하려면 시·도의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시·도의 법적 권한과 책임의 한계가 모호하다.

보건의료 관련 법률에는 시·도의 법적 권한과 책임이 포괄적으로 주어져 있다.

공공보건의료 현안을 주도적으로 기획·집행·관리하는 책임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으며 보건의료 행정은 정부와 기초자치단체 연결 통로, 시·도 관장 업무 수행에 국한돼 있다.

정책 기획·관리 역량도 취약하다. 시·도 보건행정 조직 현황을 보면 정책 기획·관리를 담당하는 부서를 갖춘 곳이 거의 없다.

시·도 단위에서 건강 수준 향상을 위한 정책 기획과 관리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광역 단위의 공공보건의료 거버넌스로 나아가려면 공공보건의료기관의 기능·역할 정립, 공공보건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

첫째, 시·도 보건의료에 관한 법적 책임과 권한 강화가 시급하다. 지방자치법, 지역보건법을 포함한 보건의료 관련 법부터 정비해야 한다.

시·도가 정부와 기초단체 가교를 맡으면서 본래 역할을 해나가려면 우선 법 개정을 통해 시·도와 군·구의 역할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전담 조직과 정책 기획·관리 담당부서 신설을 통한 조직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 점차 확대되는 보건의료 수요에 부응하려면 보건의료 전담 국 산하 보건의료정책, 건강증진, 감염병관리, 식품안전 등 관련 과가 구성돼야 한다.

셋째, 시·도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할 예산이 필요하다. 시·도별 보건의료 현안에 주도적으로 대응하려면 예산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선 건강증진기금, 응급의료기금 등 보건의료 예산에 투입되는 기금의 일정 비율을 시·도로 배분해 시·도가 주도하는 사업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국고보조사업의 지역 부담금의 경우, 재정자립도를 고려해 부담 비율을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

넷째, 시민과 민간기관이 참여하는 시·도 공공보건의료위원회 설치를 통한 민·관 협력체제를 확보해야 한다.

지자체의 공공보건의료 정책을 심의하는 기구에 공공보건의료기관, 민간 전문가뿐 아니라 주민, 민간보건의료기관의 참여가 필요하다.

현재 지역보건의료계획 심의위원회는 활동이나 위원 참여 범위가 제한적이다.

지역보건의료 문제 해결에 주민, 민간보건의료기관 참여 동기를 강화하고, 역할 또한 자문·심의에서 건강 정책 결정과 예산안 가결 등으로 권한을 확대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아직 보건의료 정책은 중앙정부 주도가 많다. 그러나 다원화·분권화된 사회에서 어느 한 주체가 일방적으로 정책이나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

중앙정부가 지자체 협력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런 점에서 협력적 거버넌스를 지향해야 한다. 그리고 협력을 위해 수반돼야 하는 것이 상호 의존성이다.
상호 의존할 만한 자원과 역량 없이는 진정한 협력이 불가능하다.

필수 보건의료의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자체 역량이 더욱 강화돼야 진정한 거버넌스 힘이 작동된다.

나아가 공공보건의료 거버넌스는 공공기관만이 참여하는 네트워크를 넘어 정부·민간·시민사회가 상호 의존성을 존중하며 수평적·수직적 협력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박종혁 문화복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