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부수고 아파트 뚝딱? "서민 삶 파괴행위"
▲ 허종식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이 20일 인천시청에서 인천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균형발전' 과제 안고 4년 만에 귀환
"적수 피해지역 주민들께 면목 없어"
'물길' 복원해 원도심 활성화 구상
"내달 초엔 자체 매립지 용역 착수"


민선7기 인천시 시정 과제인 '균형발전'을 짊어진 허종식 균형발전정무부시장. 취임 1년을 맞아 시청에서 진행된 인천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허 부시장은 "인천이 가진 자산을 활용하고, 시민에게 결과물을 돌려드리는 방식의 원도심 재생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원도심과 신도심이 균형 있게 발전하는 기틀을 다지면 인천은 공항과 항만을 발판으로 세계로 뻗어가는 도시가 될 거라는 믿음. 허 부시장은 40여년 살아온 인천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4년 만에 인천시청으로 돌아와보니 현안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었다. 지하도상가나 배다리 도로 문제만 해도 변함이 없었다. 부시장 취임하자마자 해묵은 현안을 푸는 일부터 시작한 기억이 난다."

허종식(57)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을 20일 시청 집무실에서 만났다. 허 부시장은 민선5기 송영길 전 시장 재임 시절 대변인을 지냈다. 민선7기 출범과 동시에 부시장으로 돌아온 그의 눈앞에 펼쳐진 건 낯설지 않은, 여전히 그대로인 현안들이었다.

'균형발전'이라는 과제도 더해졌다. 통상 정무부시장으로 불렸던 직함이 '균형발전정무부시장'으로 길어졌다. 지난해 7월27일 취임한 허 부시장은 1년 넘도록 인천도시철도 2호선을 타고 출퇴근한다. 그는 "처음부터 원도심과 신도심 격차를 줄이겠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다"며 "시민 삶 속으로 들어가 대화하면 시민이 바라는 균형발전 방향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돗물 사태 가슴 아파"
허 부시장은 지난 1년간 뜻깊었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아직 그런 날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지난 5월 말부터 계속된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로 가슴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그는 "서구·영종·강화 주민들께 면목이 없다. 인천시가 잘못한 일"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노후 수도관 정비, 고도정수 처리시설 확충 등에 전력을 기울여 인천 수돗물이 전국 최고로 발돋움하는 계기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물로 시작한 대화는 물길로 흘러갔다. 허 부시장은 균형발전의 물꼬를 바닷물과 시냇물로 트려고 한다. 그는 "인천은 바닷가 도시인데 시내 어디에서도 바닷물을 만져볼 수 없다"며 "소래포구에서 시작해 해안 철조망을 걷어내고 있다. 갯벌에 들어가고 바닷물에 발을 담글 수 있는 도시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닷물을 따라가는 균형발전 구상은 개항장과 소래습지까지 걸쳐 있다. 허 부시장은 인천이 가진 자산으로 개항장 근대건축물과 소래생태습지를 꼽는다. 그동안 방치됐던 이들 자산을 활용하면 균형발전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내항 곡물창고였던 건물이 내년 상반기에는 문화 공간인 상상플랫폼으로 거듭난다. 최초의 서양식 사교 공간이었던 제물포구락부나 예전 인천시장 관사도 시민에게 돌려드리려고 한다"며 "순천만습지보다 넓은 규모의 소래습지는 자연을 한 뼘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접근성을 높이고, 시흥 갯골까지 연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닷물·시냇물로 '균형발전' 물꼬
시냇물이 흐르는 인천의 앞날은 생태하천 복원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시는 올 초부터 미추홀구 승기천과 동구 수문통 물길을 복원하는 타당성 조사 용역을 진행 중이다. 승기천 복원은 미추홀구 용일사거리부터 승기사거리까지 2㎞ 구간으로 계획돼 있다. 허 부시장은 "도심 하천이 대부분 복개된 인천은 수변 공간을 찾아보기 힘든 도시"라며 "타당성 조사가 끝나면 시민 의견을 수렴해 침수를 예방하고 생태하천을 복원하는 사업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했다.

민선7기 시정 가치인 균형발전은 단기간에 시민 체감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과제라는 걸 허 부시장도 알고 있다. 그는 생태하천으로 물길이 트이면 균형발전이 시민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것으로 기대한다. 허 부시장은 "서울 청계천처럼 인천에서 도심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사례가 없어서 생태하천 복원이 실현될지에 의문이 나올 수 있다"면서도 "하천 복원은 보상비가 거의 없이 공사비만 투입하면 되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돈으로 균형발전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허 부시장이 내린 도시재생의 정의는 '도시를 시민에게 돌려드리는 것'이다.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아파트만 짓는 방식의 재생은 아예 머릿속에서 지웠다. "기존 방식은 서민 삶을 집단으로 파괴하는 행위나 다름없었다"는 것이다.
허 부시장은 "인천 자산을 활용하고 시민 삶이 편안해지도록 도와주는 행정이 원도심 재생, 균형발전의 원칙"이라며 "민선7기 균형발전 정책에 시민과 공무원이 이해해주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수도권매립지 분위기 반전"
허 부시장의 기억 속에서, 그리고 지금도 수도권매립지는 인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수도권 2500만 인구의 쓰레기를 처리할 대체 매립지 조성을 둘러싼 4자(인천시·경기도·서울시·환경부) 협의도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허 부시장은 평가했다.

허 부시장은 "2015년 4자 합의에는 대체 매립지 조성이 불가능하면 현재 수도권매립지의 잔여 부지를 쓴다는 독소조항이 담겨 있어서 애초부터 반대했다"면서도 "합의를 따라야 하는 상황에서 서울시·경기도를 설득해 대체 매립지 조성에 환경부가 앞장서 달라고 요구하면서 대화 구도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4자 협의를 이어가며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며 "인천만의 폐기물 정책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인천만의 자체 매립지 연구용역도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주영·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허종식 부시장은…

허종식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은 1962년생으로 인하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한겨레신문 사회2부장·선임기자를 거쳐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인천시 대변인을 지냈다. 이후 지난해까지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남구(현 미추홀구)갑 지역위원장을 맡아 2016년 총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허 부시장은 전남 완도 태생이지만 인천에서 40여년을 살았다. 학창 시절 추억을 간직한 인천 주안역 인근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지금도 인천도시철도 2호선으로 집과 시청을 오가며 시민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