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정 인하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한국의 출생아 수가 매년 최저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18년도 가임여성 1명당 출산율이 0.97명으로 세계 최저 수치라고 한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한국은 세계 최초로 출산율 1명 이하의 국가가 되었다. 

출산과 육아가 전적으로 여성의 몫이 되어 아이를 혼자서 키워야하고 경력의 단절도 가져오는 탓에 많은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 기피하게 되었고, 청년실업이 증가하면서 여성 못지않게 남성들도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되어 저출산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저출산문제의 원인이 어느 한가지인 것은 아니지만 보다 심도 있는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얼마 전 초등학교 교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교실 안에는 15명 남짓한 학생들이 한 책상에 모여 앉아 수업을 받고 있었다. 이렇게 초등학교 교실 풍경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한국 저출산 문제의 심각함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필자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만해도 대부분의 학교는 한 반의 학생 수가 약 70여명에 학급도 10개 반이 넘게 있을 정도로 학생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학생 수도 학급수도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감소하여 많은 학교가 적은 수의 학생으로 운영되고 있다. 입학생이 적다보니 학교들도 규모 있는 역할을 해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내년에는 대학의 신입생이 입학 정원보다 적은 해가 된다고 하니, 인구감소의 실상을 교육현장이 가장 빠르게 전달하고 있는 셈이다. 이 이상 더 저출산이 지속된다면 학교의 붕괴도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과거 정부에서는 1960년대 산아제한정책을 위해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표어를 제작하여 홍보하였고, 70년대는 ‘아들딸 구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고 더욱 산아제한 정책을 가속화 하였다. 80년대는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라고 홍보하기에 이른다.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이 문구가 기억나는 것을 보면 국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광고를 노출시켜 출산을 제한했는지를 알 수 있다.  

최근 인천의 모 기초자치단체에서는 한국에서 가장 아이를 낳고 싶고, 양육하기 쉽고, 교육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아빠의 육아휴직 장려금 지원, 국공립 어린이집 증원, 공동보육커뮤니티 지원, 출산 및 입양 축하금 지원 등을 위해 조례를 제정하였다. 인천시뿐만 아니라 한국 전체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로시간단축, 돌봄체계 구축, 출산과 양육비 지원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난 수년간 여러 가지 정책들이 제시되었지만 저출산은 가속화 되고 있다. 이는 문제의 핵심을 잘못 짚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한국의 워킹맘으로서 생각하건데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이 행복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중요한 것 같다. 이에 다음의 2가지를 말하고자 한다. 

첫째, 출산 또는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언제라도 원하는 때에 재취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여성들은 육아를 위해 그만두거나 미뤄두었던 일을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 다시 시작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받아주는 곳은 그다지 많지 않아 바람처럼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육아를 위해 잠시 쉬었다가도 원하는 때에 언제든지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전업주부나 워킹맘 등에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에게 방과후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업주부도 워킹맘 못지않게 해야 할 일들이 많아 아이를 돌보면서 수행해내기는 매우 힘든 상황이다. 아이들이 돌봄을 받을 권리가 부모의 직업유무에 관계없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방과 후 교사를 더 늘려서 부모가 육아를 하면서도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한국 여성은 결혼과 동시에 너무나 많은 역할을 강요받아 왔다. 임신과 출산, 육아에 가사노동, 그리고 경조사 등의 일까지도 챙겨야 하는 그야말로 수행해내야 하는 일이 과다하여 여성들은 자아를 상실한 채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삶을 말해주기라도 하듯이, 얼마 전 여자는 혼자 살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배우자나 자식이 없이 혼자 사는 여성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이는 영국 런던 정치경제대학의 폴 돌란(Paul Dolan) 교수가 언급한 것으로 독신 여성은 결혼했거나 자식이 있는 여성보다 더 오래 살았다고 주장한다. 사뭇 씁쓸한 이야기이다. 

여성에 대한 사회의 인식과 제도가 바뀌고, 여성의 삶이 개선되어 행복을 느끼는 사회 환경이 조성될 때, 결혼과 출산문제가 개선되어 많은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뛰어노는 건강한 한국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