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 기초 상상 더한 르포기사
▲ 조진태 지음, 주류성, 372쪽, 1만8000원

"<난중일기>를 보면서 통제사가 아주 사소하면서도 구체적인 삶 속에서 공감을 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농사와 어업, 소금 굽기 같은 일에 아주 몰두하고 있다. 전쟁은 그러한 여러 가지 일상의 업무 중에 하나일 뿐이었다. 애초부터 전쟁만을 위해 태어난 영웅은 아닌 듯 보였다. 또 사람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주어진 현실에 충실할 뿐 타고난 영웅의 모습도 아니었다. 그리고 어떤 한 사람을 줄기차게 편애하거나 미워하지도 않는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상대방의 잘잘못에 대한 의견을 감추지 않았다. 잘하면 기뻐하고, 못하면 화를 낸다. 아마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일과 삶을 바라보는 통제사만의 잣대가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머리말 '난중일기에 대한 기자적 시각의 해석에 붙여' 5~6쪽)

<난중일기> 7년의 기록을 중심으로 이순신의 해전과 임진왜란의 전개과정을 르포 기사 형식으로 정리한 책 <난중일기-종군기자의 시각으로 쓴 이순신의 7년전쟁>이 출간됐다. 세계일보 기자출신의 지은이는 이순신의 장계, 편지 그리고 실록을 바탕으로 당시 병영과 전쟁의 양상을 저널리즘의 시각에서 재현했다.

이 책은 임진년(1592년) 정월부터 시작해 7년의 주요 사건을 월 단위로 77회에 걸쳐 묶은 뒤,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무술년(1598년) 11월에 매듭짓는다. 사료에 기초한 사실을 토대로 지은이의 직관과 상상이 가미된 해석학적 재구성을 통해 편년체 형식으로 전개된다. 이 책에서는 행장, 잡록 등 제 3자의 문헌은 대부분 배제했다. 이순신의 기록을 최우선 취재의 대상으로 삼아 관찰자의 시점으로 사실 전달에 주력하고, 이순신에 대한 평가는 온전히 독자에게 맡긴다.

다만 이순신의 압송과 투옥기간 등 이순신 본인의 기록이 없는 정유년 1~3월 등은 선조실록을 중심으로 조정으로 시선을 옮겨 전개된다. 무술년의 경우 이순신의 일기가 많이 비어 류성룡의 <징비록>과 이순신의 조카 이분이 지은 '행록(行錄)'의 일부분이 참고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또 무술년은 월 단위로 모두 전개되지 못하고, 7월의 절이도 해전과 11월의 노량해전이 중심 골격을 이룬다.

지은이가 전라좌수영의 종군기자를 전제하고 있어 좌수영의 시각으로 전란을 바라보고 있다. 또 임진왜란 전체에 대한 사후적 지식을 대입하지 않고 일기 작성 시점에 맞춰 충실하게 내용이 전개되면서 임진왜란의 전반적인 전황과는 다소의 시차가 발생한다.

역사, 군사적 분석보다는 조선 수군의 해전과 수군 병사 및 백성의 삶을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난중일기 원본에 대한 일상적인 이해가 쉽지 않았던 독자들은 보다 친숙하게 난중일기에 접근할 수 있다. 또 흔히 독자들이 잘 알고 있는 임진년 초기의 눈부신 승전보나 명량해전, 그리고 노량해전을 뛰어넘어 이순신 장군이 5년의 세월을 온 몸을 다해 고스란히 바친 한산도 시절의 고통과 번뇌를 이해하는 데도 적합하다.

이와 함께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2019년 현재 다시 우리를 도발하는 이른바 '기해왜란(己亥倭亂)'을 지켜보며,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7년이 얼마나 치열한 민족적 헌신이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지은이 조진태는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세계일보 사회부, 국제부, 경제부에서 법원, 대검찰청과 대법원,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을 담당했다. 이후 국회의원 보좌관과 디지털 타임즈 기자로도 일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