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자 수원외고 한국사 교사]

"어느 날 교실에 들어갔는데 한 학생이 일어나서 '차렷! 선생님께 경례'라고 하는데 학교가 아니라 군대 같아서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그날 이후로는 단체 인사를 하지 말라고 했죠."
이선자(51) 수원외국어고등학교 한국사교사는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단체 인사를 받지 않는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교사는 여전히 학교에도 인식하지 못하는 일제잔재가 많이 남아있으며, 잔재청산을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 모두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오면 교사도, 학생도 일제잔재가 잔재인지조차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학교구성원이 함께 지속적으로 일제잔재를 찾아보고, 교사는 학생들이 일제잔재를 인식하고 청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교사는 3년 전부터 학교 교사들과 경술국치 계기교육 자료제작을 위해 정보를 찾아보고, 연수도 받으면서 학교생활 속 일제식 표현에 관심을 가졌다. 생각지도 못했던 잔재를 알게 될 때면 심각성을 느끼기도 했다.

"연수를 통해 상장에 쓰는 '이름 외 몇 명'이라는 문구의 '외'도 일제잔재라는 걸 알고 충격을 받았어요. '외'라는 단어의 앞사람은 본체로 보고 그 뒤는 나머지 또는 동급이 아닌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등'을 써야하는 거죠. 실제 조선시대 공문서를 보니 '등'으로 표기가 돼 있었어요."
"이름과 말은 존재를 자리매김하고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이 같은 일제잔재 용어는 청산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상장에 '등'을 쓸 수 있도록 학교에 건의도 하려고요."
이 교사는 올해 2학기에 학생들과 '일제잔재 청산 프로젝트'도 계획했다. 학생들이 일제잔재를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 줘야겠다는 이유에서다.

"일제잔재가 무엇인지 알고,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학생들이 직접 찾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학생들도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으니까요. 학생들이 찾은 일제잔재 결과는 발표와 교내 전시를 통해 알리고, 나아가 블로그나 유튜브도 활용해 홍보할 수 있도록 지도할 계획이에요."
이 교사는 이러한 일제잔재 청산을 위한 교육활동이 학생들의 올바른 역사인식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제잔재 청산을 위한 활동이 학생들에게 반일 감정을 부추기거나 격화시키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 과정에서 미래세대인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지고 역사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김도희 기자 kd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