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요즘처럼 유난스러운 무더위가 끈질기게 계속되고 있는 한여름 오후가 되면 생각나는 게 있다.

바로 원두막이다. 우렁찬 매미소리를 자장가 삼아 낮잠을 즐기던 어릴적 초가 원두막에는 불가마 같은 땡볕 더위에도 시원한 한줄기 바람이 있었고 땀방울도 식혀주었다.

특히 원두막 그늘 아래 계곡물에 담가두었던 수박 한조각을 먹노라면 더위는 어느새 저 멀리 달아나곤 했다. 냉장고도 제대로 없었던 그 옛날에 한여름철의 수박, 참외 등 제철과일은 단순한 과일이 아닌 여름 무더위를 이기는 보약같았다.

우리 선조들은 초복에 삼계탕을 먹고, 중복과 말복에는 복숭아를 먹으며 기력을 보충했다고 하니 여름철 제철과일을 많이 먹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여름 과일이라면 수박과 참외, 복숭아, 자두, 토마토, 포도 등을 들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여름 과일은 단연 수박이 아닐까 싶다.

수박은 90%이상이 수분이어서 갈증 해소 효과가 뛰어난 과일이다. 부족한 수분을 보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참외도 있다.

참외는 비타민C가 많이 함유되어 있어 여름철 햇빛에 손상된 피부를 진정시키고 피부미백의 효과가 있다.
요즘처럼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에 자외선지수가 높은 시기에 안성맞춤이다.

참외는 수분이 많고 칼륨을 함유하고 있어 몸안의 노폐물 배출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도 한다.

포도에는 비타민과 유기산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해 예로부터 귀하게 여겨지던 과일인데 동의보감에는 포도가 '허기를 달래고 기운이 나게 하며, 이뇨작용을 도와주어 기혈과 근골을 보강해 비위와 폐와 신장을 보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올해는 폭우와 폭염에도 불구하고 과일 작황이 좋아 과일의 맛이 좋고 당도가 높다고 한다.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나 한편으로는 생산량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시름하는 농민들을 생각하면 마냥 웃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농협에서는 농산물 소비촉진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포도 주산지 38개 농협으로 구성된 (사)한국포도생산자협의회와 함께 '포도데이' 행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하기도 했다.

여름 제철과일은 더 이상 과일이 아니라 보약이라고 생각된다. 이제 올해 여름도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유난히 습하고 더운 날씨 때문에 지친 우리의 몸과 마음을 여름 제철과일로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