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칼럼]자연서 즐기는 여름 영화
[영화칼럼]자연서 즐기는 여름 영화
  • 인천일보
  • 승인 2019.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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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교수

#찜통 열대야 #시원한 여름 영화 #오싹 공포물 #팡팡 터지는 블록버스터 #청량 바다. 매년 여름이 돌아올 때마다 흔히들 떠올리는 영화에 대한 단상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엑시트>, <봉오동 전투>, <사자>, <분노의 질주>, <변신>, <암전> 등 재난 영화, 전쟁 영화, 엑소시즘, 할리우드 액션 그리고 호러까지 여름의 단골 장르가 등장한다.


에어컨 시원한 극장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만한 블록버스터 혹은 등골이 오싹한 무서운 영화가 여름 영화처럼 언급되곤 한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위의 장르들이 유독 여름에만 개봉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 사계절 내내 개봉 중이다. 따라서 '여름 영화'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장르나 소재가 아닌 좀 더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어야 할 듯하다.

인천뿐만 아니라 국내외 다수의 지방자치단체에서 개최하는 시민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축제는 어떨까. <인천 밤마실 극장>, <한강 다리밑 영화제>, <부산 옥상달빛극장>,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파리 빌레트 공원 오픈에어 시네마>, <세인트 조지 오픈에어 시네마> 등의 야외 상영 말이다. 이들은 모두 분수가 있는 넓은 잔디밭, 야경이 훤히 보이는 옥상, 탁 트인 호수변이나 강변의 공원과 같은 열린 공간에서 영화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영화관의 정해진 좌석이 아니라 바깥에서 자유롭게 감상하다 보면, 어둠 속에서 빛나는 스크린과 공기 중에 울려 퍼지는 사운드, 다시 말해 빛과 소리가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즐기는 색다른 경험을 누릴 수 있다. 실내에서 실외로 상영 장소를 다변화하는 것에 더해 상영 형식의 변화도 가능하다.

올해로 150주년을 맞이한 프랑스의 오랑주(Orange) 음악제는 2000여 년 전에 건축된 로마의 고대 원형극장에서 오페라와 클래식 음악을 공연하는 여름 문화예술 이벤트이다. 그런데 3년 전부터 시네마콘서트(Cine-Concert)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무성 영화 상영과 함께 현장에서 연주하는 라이브 음악 공연을 포함시키고 있다.

올해에는 독일 표현주의 영화의 거장 무르나우(F.W. Murnau, 1888~1931)의 <파우스트>(1926)를 상영하고, 프랑스 피아니스트 장-프랑수아 지겔(Jean-Fran ois Zygel, 1960~)이 즉흥 연주를 했다.

<시네마콘서트>는 비단 오랑주 음악제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종종 공연되는 형식이다. 무성 영화를 라이브 음악으로 해설하는 원초적 형태의 영화 음악 연주이거나, 약간 변주된 유형으로 뮤지컬 영화, 뮤지션 영화, OST가 유명한 영화 등을 주제로 해당 영상에 맞춰 영화 음악을 연주하는 형태이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위의 두 유형을 모두 포함한 축제다.

'영화상영+음악연주'라는 두 예술 형식의 조합은 결국 앞서 말한 빛과 소리가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즐기는 경험을 극대화하는 상영의 한 종류이다.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는 태생부터 영화라는 매체가 그러했듯이, 한 개인이 거대한 스크린과 음향 시스템 속에서 경험하는 시청각적 자극과 그로 인해 촉발되는 인지적인 상상력의 펼침이 주를 이룬다.

극장 영화의 관객은 작품에 몰입하는 개인이 우선한다. 반면 야외 상영의 관객에게는 친구, 연인, 가족과의 나들이라는 측면이 강조된다. 시네마콘서트 관객의 경우에는 라이브 연주 현장에 함께 있다는 현존감이 더해진다.

이제 여름 영화의 특별함을 찾은 듯하다. 계절 변화에 맞춰 기존 영화 상영의 틀을 넓히는 시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순도순 모여 앉아 자연에서 영상을 즐기는 경험, 야외 공연장에서 영상과 연주를 보고 듣는 경험 등은 기존 극장에서는 접할 수 없는 특별한 순간이다. 여름에만 가능한 영화 상영 분위기를 만들어내면서 우리의 일상 경험 역시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바로 여름 영화의 매력이다.

이수진 교수는 프랑스 파리 8대학 불어불문학과에서 영화기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화, 사이언스 픽션, 테크놀로지 인문학 연구의 크로스오버를 도모하고 있다.

 


/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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