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시리즈 작업 중 '위안부 피해자' 초상화 그려
"치열한 삶에 대한 작가로서의 보답 고민하다 시작"
▲ 홍일화 작가의 신작 故 안점순 할머니. /사진제공=홍일화 작가

 

▲ 홍일화 여성탐구작가. /사진제공=홍일화 작가


"일평생 웃을 수 없었던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꽃을 전합니다."

여성탐구작가 홍일화(45·사진)가 평생 끔찍한 고통의 기억을 안고 살아온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에 화려한 꽃을 놓았다. 위로와 사랑이 담긴 한 송이의 꽃같은 할머니들의 초상이 위안부 기림의 날과 광복절을 맞아 대중에게 공개됐다.

홍 작가는 수원 영통구청 2층 갤러리에서 14일부터 다음날 6일까지 진행되는 '위안부 특별전'에 참여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고(故) 안점순 할머니의 초상을 최초 공개했다.

홍 작가는 2016년부터 세계 여러 지역을 방문하며 만난 '지구촌 할머니들'의 가장 밝은 모습을 담는 'Madame(마담)' 작업을 해왔다. 마담 시리즈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안점순 할머니 외에 고(故) 김복동 할머니와 생존해 계신 이용수, 이옥선 할머니의 초상화도 담겨 있다. 안점순 할머니 외 세 할머니의 초상은 앞선 전시에서 대중에 선보인 바 있다.

그는 "15년 동안 해오던 여성미에 대한 탐구, 그것의 연장 선상에 위안부 할머니들의 초상을 작업했다"며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살아오셨던 할머니들의 삶에 작가로서 해드릴 수 있는 보답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한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직접 위안부 할머니들을 찾아 취재와 대화의 과정을 거쳐 탄생한 작품 4점은 어느 한 여성인권운동가의 권유로 시작됐다.

홍 작가는 "마음에 상처를 두신 할머니들을 소재로 작업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조심스러웠다"며 "할머니들께 사진작가에게 가장 밝은 모습을 담아 달라 요청했는데 웃음을 잃고 지내 온 세월 때문이신지 할머니들이 미소 짓는 것을 매우 어려워하셨다"고 전했다.

홍 작가 특유의 비비드한 컬러와 빅토리아 시대의 화려한 장식을 두른 할머니들의 모습, 눈부시도록 밝은 표정을 담아 속사로 그려 나간 할머니들의 초상을 마치 화려한 꽃 한 송이처럼 표현했다.

그는 "할머니들에게 슬픈 역사가 있고 아픔이 있다고 해서 울어주고만 싶지는 않았다"며 "지금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게 해주신 어머니이자 할머니인 그분들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헌화하듯 화려한 작품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홍일화 작가의 작품에는 항상 '여성'이라는 오브제가 빼놓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이름 앞에 여성탐구작가라는 수식어가 붙여질 만큼 '여성'이란 존재는 그의 뮤즈이자 영원히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21년 만인 1998년 고국으로 돌아온 홍 작가는 당시 번창하고 있는 코스메틱 산업과 짙어진 한국 여성들의 화려한 메이크업을 주목했다. 화장을 한 모습을 마치 '마스크'를 쓴 것으로 인식해 다양한 마스크를 착용한 여성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그의 작품 가운데 주목받았던 작품 중 하나는 제주 곶자왈 해녀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홍 작가는 "해녀들의 삶이 고달플 거란 생각은 선입견이었다"며 "직접 만나본 해녀들은 생계를 이어가는 직업인으로서 물질을 하지만 잠수복을 벗고 외출을 할 때는 다른 여성들처럼 화려한 모습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위안부 특별전'에는 홍일화 작가를 비롯 이이남, 서수영, 권지안(솔비) 등 8명의 작품 20여 점도 소개된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