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배자로 착각한 시민에 테이저건 사용
"공권력 남용" 지적
경찰이 선량한 시민을 수배자로 착각하고 테이저건(전기충격기)을 쏴 제압한 사실이 드러나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14일 인천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이 경찰서 소속 경찰관 3명은 사기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A(29)씨를 붙잡기 위해 전날 밤 서구 석남동 A씨의 주거지 인근에서 잠복근무를 하고 있었다.
같은 날 오후 10시35분쯤 여자 친구와 길을 걷던 20대 남성 B씨를 발견한 경찰은 외관상 B씨가 A씨임을 확신했다.

경찰이 다가서자 B씨는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고 경찰 중 한 명이 그의 아랫배를 향해 테이저건을 쐈다. B씨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경찰이 신분을 밝히자 B씨도 자신의 신분증을 내밀었고 경찰은 그제야 B씨를 수배자로 오인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B씨는 도망가려 했던 이유를 경찰이 묻자 "건장한 남성 3명이 갑자기 차에서 내려 다가와 여자 친구를 납치하려는 줄 알고 무서워 그랬다"고 말했다.

B씨는 큰 부상을 입지 않았지만 당시 사고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사고를 수습하느라 정작 잡아야 할 A씨를 놓치고 말았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사회에선 시민을 수배자로 착각한 것도 문제지만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 테이저건을 사용한 행위는 공권력을 남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경찰관이 3명이나 있었던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테이저건 사용은 적절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신원식 서부서 수사과장은 "당시 경찰이 B씨를 피의자로 오인할 만한 정황은 있었으나, 테이저건 사용이 적정했는지에 대해선 사실 여부를 확인 중에 있다"며 "앞으로 경찰 장비 사용과 관련 안전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범준·이아진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