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실 대한결핵협회인천지부 회장

 

인천시가 상위 법령에 위배되는 지하상가 관리 운영 조례 개정을 추진한다. 이런 가운데 시가 지하도 상가 위탁업무를 맡은 인천시설관리공단에 개정될 조례를 상인들에게 미리 알리라고 요구하면서 인천지역 상권에 대한 걱정이 쌓여가고 있다. 구 시가지의 상권은 경인선 축을 따라 동인천역, 제물포역, 주안역, 부평역 일대 지하도 상권 중 부평역 지하상가만이 그런대로 상권 역할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제물포역 지하상가는 아예 주저 앉았고, 동인천역 지하상가는 근근이 유지되고 있을 정도다. 

처음 지하상가 조성은 시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조성됐다. 이젠 정권이 바뀌면서 지하 땅 소유가 국가이다. 당연히 국가가 국가권력으로 국민의 소중한 재산권인 지하상가 점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정리하겠다고 한다.

도시의 핵심은 살아 움직이는 상권이 있는 시장이다. 한국의 도시 발달은 미국 개척시대에 광대한 토지 이용계획으로 상업지역, 주거지역, 공업지역, 관공서 지역, 학교 지역 등으로 지역을 구분하여 발달한 도시 구조와는 다르다. 주막과 시장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달하고 상권이 형성됐다.

인천의 상권은 경인선을 중심으로 먼저 소금거래와 수산물시장이 인천역(하인천역)에서 출발하여 동인천역(축현역), 제물포역, 주안역, 부평역으로 발달했고,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당시 큰 돈을 들여 지하상가를 조성했다. 이제까지 지역 상권의 중심이던 경인선 중심의 역세권에 주민의 거금을 기반으로 어렵게 상권을 이룬 지하상가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땅주인 시정부가 지하상가 점유권을 전재산으로 살아가고 있는 서민 투자자들을 조례제정을 통해 바꿔놓으려 한다.

그동안 정부는 시민이 어렵게 만든 원도심을 버리고 여기 저기에 신도시를 만들었다. 신도시를 만들 때마다 도심과 연계되는 교통망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았다. 송도신도시, 청라신도시, 그리고 영종 하늘도시의 조성은 도심의 많은 인구를 흡수했다. 서양 도시 발전의 패턴에 따라 대형마트 등이 들어서는 등 지역 고유 특성을 살린 한국적인 도시 정체성이 사라진 느낌이다. 주민이 빠져나간 원도심은 쇠락하는 분위기다. 이제 원도심의 전통시장, 구멍가게가 쓰러지는 현실이다. 그나마 전통 원도심을 살리겠다고 들어선 대형마트, 창고형마트에 격주 휴무제도를 조례로 강제 시행하고, 경쟁적으로 전통시장 입구를 알리는 대형 간판을 세우고 지붕을 씌우는 등 행정력을 동원했지만 원도심 시장이 앓는 중병은 근본적으로 치유되지 않고 있다. 

그래도 지역주민이 버겁게 버티는 일부 지하상가는 그런대로 원도심 상권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정부의 조례 제정의 분위기는 시장의 어려움을 가중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전통시장이나 지하상가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에누리 실랑이도 벌이고 때로는 넉넉한 덤이 오가는 정겨운 공간이다. 외국의 관광객도 도심의 여유를 느낄수 있는 곳이다.

최근 도시재생이 화두로 떠올랐다. 도시재생은 원도심의 상권을 되살리는 것이다. 인천 역세권 지하상가를 중심으로 주변 지상 상권이 같이 공생하도록 하여야 한다. 인천 제물포 지역 지하상가가 쇠락하면서 주변은 요양병원, 요양원 그리고 교회 등이 들어서고 기술계 소규모 학원, 원룸 등이 들어서는 러스트 벨트(Rust Belt)로 변한 모습이다. 

국가가 주도하는 상권은 진화의 의지가 없기에 상권의 매력은 도태되고, 국가가 주도하여 시장 환경 공사를 해도 재생되지 않는 특성을 지닌다. 지하상가에 붙은 권리금은 또 다른 시민의 재산권으로 기능함으로써 서민이 상권을 살려내는 것이다. 인천 지하상가 총 15곳 가운데 시가 직접 운영하는 배다리·제물포 지하상가의 폐업상태에 가까운 상권을 보게 된다. 

자유경제 차원에서 비록 점유권이라는 법적 취약지에서 처음 터 파기 사업 시작에서부터 막대한 개보수 비용을 분담하면서 차별화된 상업지역으로 상인이 조성한 시장을 또 다시 정권이 바뀌면서 반 시장적인 상업지역으로 바꿔서는 안 될 것이다. 어찌보면 자사고 지정 취소, 사립 유치원 분쟁, 버스 준공영제와 같은 길을 가려고 하는 것 같다.

서민 생활에서 전세자에게도 약정기간이 지나도 재산권을 보호하고, 골목 상권에서 권리금도 보호할 수 있는 지역주민에 다가가는 지방자치 분권의 참다운 자치를 보고 싶은데 안타까운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