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뉴욕타임스 국제판에는 밤중에 눈을 가린 채 자동차에 타고 있는 청소년들의 사진과 함께 '숲속에서 길 찾기'라는 기사가 크게 실렸다. 네덜란드의 오스터리츠에서 엘롄 바리와 드미트리 코스튀코프 기자가 쓴 기사의 소제목은 '네덜란드의 전통… 청소년들에게 의지를 심어주기 위해 숲속의 미아 만들기'로 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나약해지지 않고 굳건한 의지와 자신감을 갖게 하기 위해 깊은 숲속으로 데리고 가서 소년단 또는 부모들이 캠핑하는 곳으로 찾아오게 한다는 내용이었다. ▶밤 10시경 12살과 15살의 남학생과 12살의 여학생을 태운 자동차가 깊은 숲속으로 들어와서 이들을 내려놓고 쏜살같이 사라지는 것으로 뉴욕타임스 기사는 시작되고 있었다.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그들이 속한 스카우트본부 캠핑장을 찾아가는데는 리더 격인 12살 소년이 가지고 있는 나침반 하나밖에 없었다. 네덜란드 스카우트의 전통으로 실시되는 숲속에서 길 찾기를 드롭핑(Dropping)으로 부르는데 끝까지 자신이 속한 캠프를 찾지 못해 군인들이 동원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기사에 따르면 독일로 여행을 떠났던 네덜란드 가족이 숲속에서 드롭핑을 했다가 자녀들이 길을 잃게 되어 독일 경찰에 입건되는 사건이 있었지만 네덜란드 사람들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고 했다. 부모들에게 의존하지 않으면서 독자적으로 굳센 의지를 기르는 드롭핑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간혹 발생하는 사건들에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이 같은 기사를 읽고 필자는 네덜란드의 친지들에게 뉴욕타임스 기사에 대한 견해를 물어보았다. 국제 스포츠 관계로 알고 지내는 텔레그라피의 칸덴 기자는 자신도 어렸을 때 경험이 있지만 요즘에는 부모들과 스카우트 인솔자들이 드롭핑을 예전처럼 자주 하지 않는다고 했다. 명문 로잔 호텔학교 출신으로 암스테르담에서 근무하는 김기석 씨는 네덜란드 사람들이 자녀들을 독립성 있게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자녀들도 12살 때부터 짧은 알바를 해서 용돈을 버는 것 등은 사실이지만 드롭핑을 크게 소개한 것은 지나치다는 견해였다. ▶뉴욕타임스는 과거에도 네덜란드에서는 겨울에 얼어붙은 운하로 스케이트를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아 동계올림픽 스케이트 선수가 배출된다는 기사를 써서 빈축을 샀던 일도 있었다. 다른 나라의 특이한 현상을 기사화하다보면 과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뉴욕타임스의 드롭핑 기사도 현실보다는 과장이 심했다는 평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