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 정치2부 차장

여야 정치권은 최근 굵직굵직한 국정 현안들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와 북한의 미사일 도발, 미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등 어느 하나라도 간과할 수 없는 사안들이다. 하지만 21대 총선을 8개월여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회의원들의 몸은 여의도에 있어도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음 선거에서 당선되려면 국정 현안보다는 지역구 민심 챙기기가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천 국회의원 중 자신의 지역구보다 부산에서 더 주목받고 있는 국회의원이 있어 눈길을 끈다.

인천 계양을이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4선) 의원은 요즘 부산에서 가장 핫한 정치인 중 한 명이다. 송 의원이 영남지역 최대 현안인 '동남권 신공항' 문제에서 공개적으로 '부산 가덕도' 편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영남지역의 관문 역할을 하게 될 '동남권 신공항'은 가덕도를 내세운 PK와 밀양을 내세운 TK의 이해관계가 대립하면서 박근혜 정부에서조차 결론을 내지 못하고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기로 결정했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당이 단체장을 차지한 부산·울산·경남이 당시 결정의 재검증을 추진하고 있고 여기에 수도권과 호남지역 일부 정치인까지 PK 편들기에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이 위치한 인천출신의 4선 의원이자 인천시장까지 지낸 송 의원에 대해서는 PK 지역언론들이 연일 대서특필하면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송 의원은 최근 부산시가 운영하는 홍보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동남권 관문공항은 인천공항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상생하는 관계다. 이것은 대한민국 국익과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윈윈(win-win)으로 가는 길이라고 확신한다"며 "인천시장을 지낸 송영길이 왜 동남권 관문공항을 찬성하느냐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새로운 관문공항 건설은 지역 이기주의가 아닌 국가 전체 이익과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을 대표하는 정치인인 송 의원이 자신의 소신을 당당히 밝히고 전국적인 지지를 넓혀 가는 것은 마다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인천의 핵심 자산인 인천국제공항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이 사안에 대해 충분한 사전 검토가 있었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인천공항은 지금 항공정비(MRO)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4단계 사업을 비롯해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의 노골적인 PK 편들기에 송 의원의 소신이 이용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