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실장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개인주의 문화를 확산시키는 시대다. 자연스러운 추세라고 하지만 '혼자'라는 이미지는 고독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한다. 간혹 사회생활에서 고립된 존재이고 인간관계에서도 무난하지 않은 별종 취급을 받기 쉽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사회 속에 있을 때 비로소 인간이 된다'는 철학 사상가들의 논리에 비춰봐도 부합되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작은 사회를 구성하는 가족은 혼자보다 '함께'를 추구해왔다. 하지만 급속한 사회변동에 따라 가족에 대한 개인적 규정과 의미는 변화하고 있다. 혼자가 세상의 불편한 단어로 인식되던 시대를 넘어 다양한 가족모델이 등장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와 가장 낮은 출산율, 그리고 가장 높은 노인빈곤율이 한국의 실상이다. 또 1인가구의 증가속도가 가파르다. 젊은이들에게는 결혼과 출산이 필수 아닌 선택사항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0가구 중 3가구가 1인 가구였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던 2000년 15.5%에서 지난해 2배(29.2%) 가량 증가한 수치이다. 1인가구가 개인의 자유를 구가한다고 하지만 젊은 세대는 경제적 어려움, 장년 세대는 외로움이 수반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평범하게 인식하던 정상가족의 구조를 벗어난 새로운 가족형태가 증가하는 추세다. 2025년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특히 노인 1인가구는 급증할 태세다. 비혼 동거, 미혼모 가족 등도 늘고 있다. '혼밥, 혼술, 혼커피, 혼영, 혼잠, 혼행' 등 '혼'를 붙인 파생 단어들이 낯설지 않다. 인간 소외라든가 운둔형 외톨이 '히키고모리'와는 성격이 다르다.

시대상을 반영하듯 '나혼자 산다' '미운 오리새끼' 등 혼자의 삶을 들여다보는 TV프로그램이 시청자의 안방을 차지했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나홀로 족을 지지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싱글보다는 가족 구성을 바라는 출연자 가족, 친지들의 바람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자 즐기는 삶이 크게 문제가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지속가능한 경제적 수준이 유지되고, 인간관계의 고립을 예방할 수 있는 사회적 활동이 충분해야 할 것이다.

반면, 홀몸 노인의 소외된 삶과 처지는 급박하다. 전 세계에서 노인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일본(28.1%)이다. 지난해 일본 효고현 아카시의 특급요양원에서 90세 노인이 고독사로 발견됐다. 일본의 미래 위기는 지진 등과 같은 자연재해보다 마을이 소멸되어 가는 고령화의 인구구조를 지적하기도 한다. 한국은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