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준 도슨트, 전국 1011곳 방문해 사진·글로 기록

"전통시장의 가치와 소중함을 대중들에게 알릴 때마다 제 마음도 설렙니다."

전국 1000여개가 넘는 전통시장을 직접 방문하며 각 시장의 역사와 상품정보, 상인들의 이야기를 모아 말과 글로 전하는 이가 있다. 바로 이희준(32·사진) 전통시장 도슨트다.

'도슨트(docent)'란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을 일컫는 말로, 전통시장 도슨트는 전통시장에 대한 각종 정보를 고객들에게 소개하는 전문가다.

2016년 서울 미래문화유산해설사로서 활동, 현재는 기업과 지자체, 전통시장 상인들과 시민대상으로 광장시장 비롯 약 100개 시장에서 해설하고 있다.

"전통시장이 정부추산 1500여개지만 실제는 1398개 정도 남아 있어요. 관련 기록은 거의 전무하죠. 그래서 시장을 방문할 때마다 관련 사진과 글을 매일 업데이트하면서 기록하고 있어요. 오늘 오전에 다녀온 서울 정릉시장까지 합치면 1011개 시장을 다녀온 게 됩니다."

인천에서 초·중·고교 시절을 보낸 지역 인재이기도 한 그는 인천에도 보존 가치가 높은 시장이 많다고 자부했다.

"신포국제시장은 인항고 재학시절 교복을 줄이기 위해 자주 갔던 시장이에요. 최근에는 관광지로 알려져 있지만 당시엔 커뮤니티의 기능이 컸어요. 지금도 수선집 30여곳이 모여 있는데, 수선골목에 대한 콘텐츠도 대단합니다."

이외에도 그는 목조 건축물과 1960~1970년대 모습이 남아있는 부평시장, 전국 3대 모래내시장 중 하나인 구월동 모래내시장, 전국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곡물시장인 수인곡물시장을 인천의 가치있는 전통시장으로 꼽았다.

"수인곡물시장은 일제강점기에 물자 수탈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수도권에서 그곳을 거치지 않고는 쌀이나 곡물 유통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굉장이 의미가 있는 곳이에요. 전국에 몇 안되는 달걀기름, 살구씨기름, 동백기름, 유채기름 등의 착유자들이 모여있는 시장이기도 하죠."

그는 올해 인천 e음카드 운영대행사인 코나아이와 이음카드 활성화를 위한 전통시장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신포국제시장과 모래내시장에서 시민 20명을 모아 시연회를 개최하고, 상인 설명회도 가졌어요. 지역화폐는 쓰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받는 사람이 이해도가 없다면 안되거든요. 막상 현장에 나가보니 상인부터 지역화폐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계셔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고 그 결과는 지금처럼 성공이었죠."

향후 그의 목표는 본인과 같은 해설사를 양성하는 것이다. 전국 1500개 시장에 전통시장 도슨트가 생겨나길 기대하고 있다.

"전통시장들이 살아나려면 상인 스스로 전문성과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일상의 지식이라 여겨 말하지 않던 상품 정보들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면 마트나 백화점에서보다 좋은 서비스가 가능해질 수 있어요. 커뮤니티의 기능이 복원됐을 때 전통시장은 틀림없이 행복해질 겁니다."

/글·사진=신나영 기자 creamy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