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산 조봉암(1899~1959) 선생 60주기를 맞아서도 독립유공자 서훈은 여전히 기약이 없다. 죽산의 독립운동 공로를 인정한 대법원 재심 판결에도 변함없는 정부 태도에 유족과 기념사업회는 실망감을 드러냈다. 국가보훈처는 내부적으로 재심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31일 오전 서울 망우리 공원묘지에서 열린 죽산 60주기 추모식에서 죽산의 외손녀인 이성란(59)씨는 "독립유공자 서훈은 국가보훈처가 풀어야 할 문제인데도 주도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일제강점기 왜곡 자료만 제시하며 우리에게 반박하라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가보훈처는 죽산에 대한 독립유공자 심사를 2005년과 2011년에 이어 2015년에도 보류했다. 사유는 '행적 불분명'으로 한결같았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기관지였던 매일신보에 '인천 서경정(지금의 중구 내동)에 사는 조봉암씨가 국방헌금 150원을 냈다'고 실린 단신 기사를 해명하라는 것이다.
㈔죽산조봉암선생기념사업회는 죽산이 당시 서경정에 거주하지 않았고, 경제적 여력이 없었다는 자료를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국가보훈처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유수현 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은 "지난해 국가보훈처 자체 심사에서도 똑같은 결론이 나왔다"며 "자존심 상해서 더 이상 서훈 신청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헌정 사상 첫 사법살인'을 당한 죽산은 지난 2011년 대법원 재심 판결에서 "조봉암 선생은 독립운동가로서 건국에 참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서 대통령 직속 진실화해위원회도 2007년 "일제에 항거하고 독립운동을 하다가 복역한 사실이 있으므로 독립유공자로 인정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했다.
죽산은 1945년 8월15일 해방을 맞을 때에도 일제 헌병대 유치장에 갇혀 있었다.
이날 추모식을 찾은 김원웅 광복회장은 "친일 반민족 세력이 아직 사회 주류인 나라는 독립운동을 했던 죽산 선생에게 훈장을 추서할 자격도 없다"며 "친일을 청산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죽산에게 사죄하며 훈장을 받아달라고 간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보훈처는 죽산의 독립유공자 서훈을 내부적으로 재심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이달 중 결과를 발표하려고 했으나 아직 진행 단계라서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며 "결과가 나오면 공개적으로 설명하는 자리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민·김은희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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