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종교단체 반대 의견에 당초 취지 퇴색 … 갈 곳 잃어

'경기도 성 평등 기본조례'가 취지와 다른 용어 해석 문제를 놓고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종교단체 등이 '성 평등'을 트랜스젠더 등 제3의 성을 인정해 동성애를 조장한다고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반면 도의회를 비롯한 시민단체 등은 확대 해석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갈등으로 부른 '성 평등'VS '양성 평등' 용어 논쟁으로 조례 제정의 당초 취지는 잊혀지고 있다.

▲현행법체계 '양성평등=성 평등'
30일 여성가족부와 양성평등기본법 등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영어 '젠더 이퀄리티(Gender Equality)'를 번역한 용어로 양성평등과 성 평등 이란 용어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양성평등기본법 역시 용어를 혼용하면서 여성과 남성의 평등을 뜻하는 것임을 명시했다.

법 제2조는 법의 기본이념을 설명하면서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참여와 대우를 받고 모든 영역에서 평등한 책임과 권리를 공유함으로써 실질적 양성평등 사회를 이루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한다'고 정의했다.

경기도 성 평등 기본조례 역시 이 같은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개정안의 핵심인 '성평등위원회 설치'에서는 '성 평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도 양성평등책임관 설치의무 조항에서는 '양성
평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2017년 양성평등 기본계획을 발표한 후 일부 종교단체 등의 반발로 "성 평등과 양성평등은 영어 '젠더 이퀄리티(Gender Equality)를 번역한 용어로 혼용하고 있다"며 "여기서 '젠더'는 여성과 남성이라는 성별을 근거로 기회와 자원을 차별적으로 배분하는 사회구조를 의미하는 것이다. 성 평등 또는 양성평등은 이러한 차별 없이 동등한 인권을 보장받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성 평등은 제3의 성 인정"vs"양성평등은 성별 역할 고착"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입장에도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 등은 '양성평등 YES, 성 평등 NO'를 주장하며 성평등이라는 용어에 심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성 평등이 제3의 성을 인정해 동성애를 조장하는 용어라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 관계자는 "성 평등이란 용어를 사용하면 남성과 여성이 아닌 제3의 성을 인정하는 것이고, 이는 동성애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사탄의 용어"라 주장했다.

반면, 여성계는 '양성평등'을 이란 용어를 오히려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구분하고 차별적 용어라고 반박하고 있다.

도내 여성계 관계자는 "양성평등은 남성이 해야 할 것과 여성이 해야 할 것을 구분해 성 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여-남 간 차별을 심화시키는 용어"라고 설명했다.

▲성평등 조례 확대해석 말아야
이날 또 다른 경기지역 종교단체는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의 성 평등 조례 폐지 요구를 반박하는 성명을 냈다.

경기정의평화기독교행동, 수원지역목회자연대, 감리회목회자모임 새물결 경기연회 등은 성명서를 통해 "양성평등의 가치와 정신을 효율적으로 추진해 성 평등의 시련 기반을 실질적으로 마련했다는 차원에서 성 평등 기본조례를 지지한다"며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들이 개정 조례안에 명시되지 않는 내용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과 확대해석으로 조례의 본질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은 조례에 담긴 평등과 차별금지라는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동성애·동성혼 인정과 옹호'라는 편파적이고 전투적인 용어로 해석하는 모습은 대다수 도민의 지지를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이미지와 교회의 공적 신뢰를 실추시키고 있다"며 "반동성애 구호 하나로 역사의 퇴행을 조장하는 일이 과연 하나님 보시기에 합당한 일인지를 성찰하는 것이 교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