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복지실험 위축]
경기도 내 지방정부의 복지실험이 위축받고 있다.
현금성 복지라는 비판이 나오고, 복지 정책이 중앙정부가 정책을 정하는 하향식인 탓으로, 복지 전문가들은 기존 태도를 고수하면 다양한 복지 정책이 나오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30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경기도 생애 최초 청년 국민연금' 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 5월부터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청년국민연금 사업은 도내 만 18세 청년 누구나 국민연금에 가입하도록 첫 보험료 1개월 분인 9만원을 도가 대신 납부해준다. 이를 통해 가입기간을 늘려 노후에 연금을 더 많이 받도록 하겠다는게 골자다.
최종 협의만을 남겨뒀지만 여러 차례 협의에도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회보장위는 '사업 내용이 크게 바뀌지 않는 이상 이대로는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성남시가 추진했던 청년복지 정책도 중복지원 논란이 불거지면서 시는 결국 포기했다.
성남은 산업단지의 중소기업에 일하는 모든 청년에게 매달 5만원의 교통비를 추가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려 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미 지급하는 교통비를 지자체가 추가 지급하는 것은 중복지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복지 전문가들은 중앙정부가 나라 전체 차원에서 일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복지 정책 틀을 하향식으로 짜는 의사결정을 하는 탓이라고 지적했다.

박윤영 성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중앙정부가 복지 정책을 결정하면 지방정부는 사업을 집행하는 역할만 했다"며 "최근 정부가 바뀌면서 지방정부별로 여기저기 새로운 정책들을 많이 도입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 현금성 복지라는 비판의 영향도 크다.
수원을 비롯한 군포, 과천 등은 지난 4일 복지대타협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현금성 복지를 재검토하자는 의견을 지속해서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 전문가들은 복지대타협특위가 지방정부의 다양한 복지 실험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박 교수는 "지금 지자체 자체 사업이 늘어나는 추세로, 아직 초기이기 때문에 현금성 사업에 치중되는 부작용이 있다. 이는 과도기 상황에 따른 혼란으로, 4~5년 정도가 지나면 사업에 대한 평가가 나와 자연스레 올바른 복지정책이 나올 것"이라며 "중앙정부가 생각하지 못했던 기발한 사업, 특색있는 사업들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방정부가 현금 지출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가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어서 지방정부가 현금성 복지를 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과 교수는 "한국은 현재 GDP 대비 11.1%를 복지로 지출하는데 현금보다는 현물 위주로, OECD 국가 중 현물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라면서 "즉 국가가 소득보장과 현금 보장을 통해 해야 할 부분을 하지 않고 있는 탓으로, 한국은 기본적인 생활조차 보장되지 않는 사회"라고 규정했다.
유엔(UN)이 공개한 '2019 세계 행복보고서(조사 시점 2016~2018년)'에 따르면 한국은 156개국 중 54위에 불과했다. 사회적 지원(19위), 부정부패(100위), 사회적 자유(144위) 등 하위권에 머물렀다.
경기복지재단은 우리나라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보장제도와 같은 여건을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복지재단은 주간 브리프를 통해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사회경제적 요소들이 행복지수에 이바지한 정도를 분석한 결과 사회적 여건 중에서도 사회보장제도나 사적인 도움 등을 포괄하는 사회적 지원에 만족하는 정도가 0.20으로 OECD 평균(0.36)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윤홍식 교수는 "지방정부가 기본적으로 중앙정부의 복지사업을 매칭하는 것도 버겁다. 자율적으로 놔둬도 일부가 주장하는 포퓰리즘은 기우에 불과하다"며 "포퓰리즘이라고 말하는 것은 지방정부가 자신의 여건에 맞춰 창의적으로 실현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에 대해 재갈을 물리려는 게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