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 '울랄라' 15년째 운영, 올해 상담소 '살러온' 열어
'e-다누리 창업센터'에선 단계별 교육으로 경제력 향상
▲ 박남춘(오른쪽) 인천시장이 지난해 9월18일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열린 '다문화 가족과 함께하는 한가위 큰잔치'에서 이주여성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해불양수(海不讓水), 인천의 정신이다. '이주'로 시작된 인천의 역사, 2000년을 내려오며 이주는 인천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됐다. 차별은 이주와 상극이다. 울타리를 높이고, 그들만의 리그에 빠지면 썩어버린 물 속에 힘겹게 살아가는 물고기마냥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다.

인천이란 넓은 품에 안겼던 전국의 이주민, 그리고 인천을 발판 삼아 5대양 6대주로 뻗은 한국인. 인천이 다시금 탈바꿈하고 있다.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세계 이주민이 모여들고 있다. 그럼에도 차별로 고통 받는 이주민이 발생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더구나 약자 중에서도 약자인 이주 여성에게 손찌검을 행하는 것은 패륜적이다.

이러한 사회 문제를 뒷짐 지고 놔둘 수 없기에 '폭력피해 이주여성 상담소'가 마련됐다. 그리고 다문화 가정의 생과 삶을 이어주기 위해 e-다누리 창업센터가 활동 중이다. 넉넉한 인천의 품에 편히 안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다문화를 논할 때 어김없이 이주여성 폭력 피해가 따라 붙는다. 인천이란 열린 공간에서 다문화가 자연스럽게 수용됐고, 다문화의 어두운 부분인 이주여성 폭력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여기에 경제적 어려움에 노출된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창업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폭력피해 이주여성 상담소

3년 전 여성가족부는 인천 거주 외국인이 인천 전체 인구의 3.2%인 9만4670명으로 전국에서 5번째로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 수치는 현재 더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인천 거주 외국인 중 이주여성이 성차별, 가정폭력, 아동학대 뿐만 아니라 성학대, 성매매 및 사이버 폭력까지 다양한 폭력에 노출된 것 역시 감출 수 없는 사실이다. 이에 인천에 '폭력피해 이주여성 상담소'가 문을 열었다.

인천시는 2004년 폭력피해 이주여성 쉼터 '울랄라'를 통해 15년간 폭력피해 이주여성 보호를 위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문을 연 폭력피해 이주여성 상담소는 총사업비 2억7300만원(국, 시비 각 50%)으로 총 8명의 상담원(소장 포함) 중 베트남과 캄보디아 이주여성 상담원이 내담자를 직접 상담 중이다.

이에 이주여성이 겪는 어려움에 진정으로 공감하며 사례관리, 긴급지원 및 법률·의료·노무·출국지원 등 이주여성 삶의 전 분야에 대한 신속하고 촘촘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고, 통·번역 서비스를 통해 베트남과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전세계 언어로도 상담이 가능하다.

시는 "이번 이주여성상담소 개소는 민관 협치로 일구어낸 성과"라며 "시민이 필요로 하는 사업을 발굴하고 사업 실현을 위해 발로 뛰는 행정의 결과 지난 4월 상담소 유치에 성공했고 인천시 담당자가 여성가족부와 한국주택공사를 직접 방문하는 등 상담소 개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 결과"라고 자평했다.

이밖에 시는 생활 속 여성 권익증진사업으로 '여성이 행복한 도시'를 위해 다양한 생활밀착형 권익증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낯선 사람을 대면하지 않고 거주지 인근지역에 설치된 택배보관함을 통해 물품을 받는 '여성안심택배함'은 올해 말까지 55개소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지난 4월 말 기준 올해 이용실적은 1만7130건이다. 또 2018년부터 여성·아동이 긴급 위기상황 시 대피해 도움을 요청하는 '여성·아동 안전지킴이집'을 추진 중이다.

▲e-다누리 창업센터

지난해부터 다문화가정 결혼이민여성들의 전문 글로벌 셀러 양성과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한 e-다누리 창업센터가 운영 중이다. 이 곳은 미추홀구 인천 IT타워 7층에 전용면적 165㎡ 규모의 사무공간(20개 좌석)과 코-워킹 공간으로 구성돼 전국 최초로 다문화가정 결혼이민여성들의 전문 글로벌셀러 양성을 벌이고 있다.
교육 과정은 기초 교육과 심화 교육으로 이뤄진다.

기초 교육은 전자상거래를 통한 시장진출을 위해 글로벌 오픈마켓 운영에 관한 실습 중심 교육 및 전문 글로벌 셀러 양성이 목표고, 심화교육에 선정된 교육생은 글로벌마켓 개설 및 실제 매출 창출을 목표로 성공 창업기업 양성 및 우수 창업모델 구축 등을 배운다.

e-다누리 창업센터에서 교육을 이수하면 이베이, 아마존, 타오바오, 엣시, 큐텐 중 3개 글로벌 마켓을 선정해 심화교육을 받고, 센터에 입주한 예비창업자들이 초기창업에 정착할 때까지 분야별 전문 컨설턴트를 통해 상품 제공, 상점 관리, 온라인 마케팅 등 해외 온라인 쇼핑몰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멘토링을 받는다.

시 관계자는 "현지(모국) 언어가 가능한 결혼이민여성이 인천의 우수하고 저렴한 제품을 모국에 판매하여 새로운 시장 판로를 개척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다문화 가정의 경제적 향상과 코리아 드림을 이루도록 지원해주어 인천시와 다문화가족의 모국과의 관계가 돈독해지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hcheonilbo.com

 

 

이현애 市여성가족국장 "베트남 여성 폭력사건, 우리 이웃의 일입니다"


"최근 베트남 여성 폭력사건에 국민이 분노하고 가슴 아파하는 모습을 보며 이제 이주여성의 문제는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우리 이웃의 일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되새겼습니다."

이현애(사진) 인천시 여성가족국장은 30일 "인천의 이주여성 상담소와 지원 시설이 수도권 이주여성 사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2004년부터 폭력 피해 이주여성 쉼터 '울랄라'를 운영한 시는 지난 19일 이주여성 상담소 '살러온' 개소식도 가졌다.

이 국장은 "이주여성 상담소는 민관이 협력해 이뤄낸 결과물"이라며 "가정폭력만이 아니라 성폭력·성매매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어서 이주여성 분야는 전문적인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이주여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책적인 노력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주변의 따뜻한 관심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피해자들을 한마음으로 보듬을 수 있도록 시민 관심과 협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