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계운 인천대 교수·한국스마트워터그리드학회 회장

물은 공기와 함께 인류의 생존과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이를 모든 국민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서비스하는 것은 복지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복지의 충족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기본적인 복지의 실현을 위해서는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서비스 공급자의 부단한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인천 수돗물 사태는 그런 점에서 우선 서비스 공급 측면에서 소비자를 위한 세심함의 부족이 지적될 수 있다.

인천의 경우 취수장은 팔당댐 물을 취수하는 팔당취수장과 한강물을 취수하는 풍납취수장이 있다. 도수관로, 송수관로, 배수관로 및 급수관로 등 각종 형태의 관이 복잡하게 또한 길게 연결돼 있다.
지난 5월30일부터 인천 서구에서 발생된 붉은 수돗물 사태의 시작은 송수관로 상에서 발생됐다. 평상시 공촌정수장에는 풍납취수장에서 원수가 공급되고 있었지만 당시 풍납취수장과 성남가압장의 전기 점검으로 공촌정수장에 원수 공급이 중단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즉 수산정수장으로부터 생산된 정수가 공촌정수장 계통으로 수계전환이 되면서 발생한 것이다.

환경부나 인천광역시는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을 수계전환을 하면서 역류하는 수류의 적정 유속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해서 발생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태가 운영자의 잘못이 직접적인 원인이기는 하지만 모든 것을 운영자에게만 돌리기에는 지나친 부분도 있다. 수돗물을 공급하는 각종 시설과 관망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와 아울러 관계 규정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제도상의 문제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즉 수돗물 운영자의 상수도 관련 지식이 부족해 사고로 이어졌지만 사고 초기 대응 미비로 골든타임을 놓쳤고 수돗물 위기 대응 매뉴얼이 준비되지 않아 위기 대처능력이 부족했다. 또 상수도 노후관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점, 그리고 상수도사업본부 내 우수 인력 배치 노력 및 양성 부족과 상수도 시설의 과학적 모니터링 및 운영 설비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발생한 것이다. 더군다나 이와 같은 구조적 및 제도적 문제점은 비단 인천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전국적인 문제로 볼 수 있다.

이제 문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어떻게 상수도 문제를 획기적으로 바꾸어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돗물 공급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
기존의 물 패러다임에 대한 변화와 운영의 합리화를 적극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혁신기구의 구성이 필요한데 다행히 지난 25일 '인천시 상수도 혁신위원회'가 출범했다. 전문가와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를 통해 향후 인천시 수돗물에 관한 모든 것이 진단되고 설계되어 앞으로 수돗물에 관한 한 인천이 전국 최고의 설비, 최상의 운영 도시로 환골탈태하려는 노력이 집중돼야 할 것이다.
인적 측면에서는 인천상수도사업본부 관련 근무 인력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과 개선 방향이 제시돼야 하며 시설측면에서는 노후관에 대한 획기적 대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시민들의 욕구는 3만불 시대에 있는데 수돗물을 시민들에게 서비스하겠다는 인식은 1만불 시대에 머물고 있는 것을 바꿔야 한다. 여기에 ICT와 결합된 선진 물관리 기법으로서의 '스마트워터그리드'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적용해 나가야 한다. 법령이나 조례 등의 제도 정비와 함께 불만이나 궁금한 것을 과학적으로 해결해 나갈 '워터닥터'와 '워터코디'의 도입과 필요한 설비의 개발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수돗물 인프라 시설의 개선, 대체, 운영 및 관리, 수돗물 수질 개선, 대 시민 서비스 개선을 위한 필요한 투자를 꾸준히 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비록 너무나 뼈 아픈 '붉은 수돗물 사태'가 유발되었지만 이것을 단순한 사고로 치부하게 되면 앞으로 더 큰 수돗물 공급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에 패러다임을 확실히 바꾸겠다는 다짐으로 '인천시 상수도혁신위원회'의 출범과 함께 모든 구성원들이 지혜를 모으고 개선안을 도출하여 '물 복지'의 신기원을 이뤄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