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국 서부취재본부 부장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국가가 서지 못한다"는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은 논어에 나오는 글귀다. 공자의 제자인 자공이 어느 날 '어떻게 하면 정치를 잘할 수 있는가'란 물음에 공자는 "먹을 거리와 군비를 충분하게 하고, 백성들이 믿도록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구성원들의 믿음과 신뢰가 국가 경영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 것으로 공자의 이 메시지는 수천년이 흐른 지금도 진리로 통하고 있다.

또 진나라의 명 재상인 상앙의 일화로 사기 '상군열사'에 소개된 '이목지신'(移木之信)은 위정자가 국가 정책 신뢰 회복을 위해 '약속한 것은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는 교훈을 전해주고 있다.
두 번의 김포도시철도 개통 연기 사태로 김포시민들의 시정(市政)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바닥이다. 지방선거 전인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김포시민들은 2018년 11월 김포도시철도 개통을 철석같이 믿었다. 선거를 앞두고 출마자들이 김포도시철도 개통 일정 등을 확인하기 위한 자료 요구 전까지 김포시가 차질 없는 개통을 장담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개통 불가가 소문이 아닌 사실로 확인되면서 뒤늦게 김포시가 레미콘 파동을 이유로 제시했지만 시민들은 믿지 않았다. 유영록 전 시장의 3선 도전에 도움을 주기 위해 김포시가 11월 개통 불가 사실을 숨겼다고 여겼다. 이렇게 김포도시철도의 2018년 11월 첫 개통은 거짓 약속이 되고 말았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정하영 시장은 노반공사 일정 등을 감안해 김포도시철도 개통일을 지난 27일로 잡았다. 땅에 떨어진 김포시정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 정 시장은 사업현황 설명회 개최와 행정절차 이행 등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인 기간 지연 사태 방지를 위해 점검도 강화했다.
이런 중에 국토교통부의 '철도종합시험운행 시행지침' 전부 개정으로 약속했던 개통일을 지키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자 정 시장은 지역 국회의원의 지원을 받아 지난달 23일까지 개통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완료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승차감 지수가 낮아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재검증을 요구하면서 '위정자가 나무 옮기기로 백성들을 믿게 한다'는 이목지신의 심정으로 약속한 7월 27일 개통마저 허망하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기자회견까지 열어 어쩔 수 없는 개통 연기를 설명했지만 두 번씩이나 시민들과의 약속을 어긴 김포시정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예상 그대로였다. 김포도시철도는 한강신도시개발에 따른 교통인프라로 계획돼 정부 예산의 지원 없이 전체 공사비 1조5000억원 가운데 80%인 1조2000억원을 입주민들이 부담한 광역 교통시설 부담금으로 놓인 철도망이다.
개통 재 연기 이후 인터넷 카페 등에는 김포도시철도가 개통될 경우 서울지하철 9호선 증량을 통해 기대했던 혼잡도 개선 효과가 미미할 것을 우려한 국토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등의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불신은 더 큰 불신을 낳는다는 말이 있다. 의도됐던 그렇지 않던 두 번의 깨진 약속으로 인한 시정 불신은 원망까지 더해져 김포시정을 넘어 도시철도 승인권자인 국토부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