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도입 초기, 시스템·결제방식 확충 필요
▲ 경기도가 지난 3월3일 의왕시 지역화폐 '의왕사랑 상품권' 홍보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

이벤트 만료돼 잔액 사용못해...가맹점 카드리더기 오류 발생...지자체 3곳만 '모바일형' 도입
일부 업주 "지역화폐 몰랐다"...다각적 홍보 불구 '효과 미흡'



시행 4개월을 맞은 '경기지역화폐'는 도입 초기부터 빠르게 정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8일 도에 따르면, 19세 이상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도정여론조사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까요'라는 질문에 64%(매우 13%, 대체로 51%)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경기지역화폐는 도민들에게 지역경제를 살리는 '스마트 화폐'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빠른 정착과정에서 여러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추가 인센티브 기간이 만료되면서 받은 비용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왔다.

지난 8일, 경기지역화폐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린 작성자는 "10% 충전 이벤트를 했으면 (이벤트 기간 후에도) 쓸 수 있게 인프라는 구성하고 (경기지역화폐 정책을) 시도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며 "10% 미끼로 낚아 충전시켜놓고는 다음달 되자마자 6% 밖에 못 쓰면 나머지 4%는 어떻게 쓸 수 있나요"라고 항의했다.

결국 도는 17일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시하기에 이르렀다. 도는 사과문을 통해 "지급 요율 변동으로 미사용 된 인센티브 잔액은 카드 잔액으로 이관될 예정"이라며 "결제 취소 허용 기간으로 인해 미사용 인센티브에 대한 실시간 잔액 이관이 불가해 22일부터 24일까지 이틀에 걸쳐 이관된다"고 말했다.

도는 현재 10%로 지급하던 인센티브를 6%로 제공하는 시스템, 인센티브와 원금을 분리해 계산하는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경기지역화폐카드가 가맹점 카드리더기에 인식되지 않는 오류도 있었다.

수원의 한 커피숍에서는 지난 5월 지역화폐카드가 인식되지 않아 업주와 이용자 모두 혼란을 겪었다.

이용자가 자신이 원하는 수단을 쓰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경기지역화폐는 지류형(상품권 형태), 카드형, 모바일형 등 다양한 형태로 발행되고 있으나, 31개 시·군 중 모바일형을 도입한 곳은 단 3곳(성남, 시흥, 김포)이다.

모바일형은 19세 이상 도민 1000명 대상 도정 여론조사에서 '지역화폐 어떤 형태가 가장 좋습니까'라는 물음에 31%가 택한 수단이다. 카드형(39%) 다음으로 많은 인기를 보였다. 모바일형은 QR코드를 이용한 결제방식으로 내 계좌에서 사업자에게 바로 입금하는 방법이다. 이 방식을 사용할 경우 업주들은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도는 각 시군에서 선택하지만, QR코드로 결제하는 것이 많은 도민에게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모바일형을 선택하지 않고 있다며 아직 모바일형 시스템을 시범사업 형태로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경기지역화폐를 바라보는 업주들은 반응도 서로 엇갈렸다.

수원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54)씨는 "지역화폐를 이용하는 사람이 10명 중 2명 정도는 되는 것 같다"며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카페를 갈 수도 있었지만 충전해놓은 카드를 사용하기 위해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카페를 찾았다는 생각에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파주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는 권모(40)씨는 "지역화폐가 무엇인지도 몰랐다"면서 "심지어 우리 체육관이 가맹점에 등록돼 있는지도 몰랐다"고 답했다.

파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48)씨도 "공무원들이 가게에 찾아와 경기지역화폐가 매출 증대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설명해주고 간 적이 있다"며 "하지만 아직 매출과 연관성이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반응에 도는 홍보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홈페이지 노출, 버스 영상 등을 통해 홍보를 다각도로 하고 있으나, 범위에 못 미치는 도민들에겐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전에 지역화폐를 실시한 곳과 실시하지 않은 지자체의 경우 인식의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정책발행의 수요자를 늘려 지역화폐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경기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발행하고 있는 노인수당 등 일부 수당을 지역화폐로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지역에서 고령인구의 비율이 높을수록 소비성향이 낮은데, 경제 취약계층에 지역화폐로 수당을 지급한다면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남춘 기자 ·김채은 수습기자 kce@incheonilbo.com




[지역화폐 변천] 1832년 영국 '노동증서' → 1983년 캐나다 '레츠' → 1999년 한국 '두루'

'지역화폐'는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화폐를 말한다.

지역화폐 시대의 개막은 1832년 런던에서 도입된 '노동증서'로부터 출발한다. 런던 노동자들은 상품을 생산한 후 노동증서로 임금을 받았다. 당시 노동증서는 다른 이들의 상품과 교환할 수 있는 대안화폐로 사용됐다.

이후 지역화폐는 각 지역 특성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노동증서 사례를 보완해 발전한 지역화폐가 오늘날 화폐 운동의 선구적 형태라고 불리는 '레츠'이다. 레츠는 1983년 캐나다에서 최초로 시작됐다. 당시 도입 목적은 지역 내에서만 유통되는 통화를 만들어 지역 내 경제 순환을 구축하는 데 있다.

국내에서도 레츠 형식에 착안해 도입된 지역화폐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발행된 지역화폐인 '한밭레츠'이다. 1999년 대전시민들이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자발적으로 지역화폐 '두루'를 만들었다. 두루는 농축산물, 의료, 생활용품 등을 구매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또 두루로 상품을 구매할 때 현금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후 본격 경기지역화폐 도입에 촉진제 역할을 한 것은 '성남사랑상품권'이다. 이재명 지사는 성남 시장 재직 시절 최초로 청년배당과 지역화폐를 연계한 상품권을 만들었다. 성남은 '성남시 청년배당 지급 조례'를 제정해 성남 청년의 복지 향상과 취업역량 강화를 도모하고 성남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자 했다. 당시 성남사랑상품권 판매액은 2015년 133억에서 2016년 249억, 2017년 278억, 2018년 446억원으로 3년 새 3.25배가 늘었다.

/김채은 수습기자 kc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