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백경 에이스트리플파트너스 대표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이 있다. 세상사의 성패는 운이 7할을 차지하고 재주(노력)가 3할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사용한다. 실패를 자신의 능력 부족으로 여기는 사람보다는 불운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성공한 사람은 30%의 기술 때문에 성공했다고 믿는 경향이 있고, 실패한 사람은 70%의 운 때문에 실패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운칠팀삼'이라는 말도 있다. 창업의 세계에서 핵심 경쟁력은 좋은 팀에서 나온다는 뜻에서 나온 말인 것 같다. 생계형 창업이 아니라 혁신형 창업이라면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기술의 발전이 빠르고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융합되어 만들어지는 제품이나 서비스에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드는 것이 창업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다. 좋은 팀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행착오를 거치고 각자의 실력과 인성을 검증하면서 깨지지 않는 단단한 팀이 된다.
경마의 세계에서는 운칠기삼이 마칠기삼(馬七騎三)으로 변형되어 사용된다.
경마에서의 승리는 말이 70%를 차지하고 기수의 능력이 30%를 차지한다는 뜻이다. 특히 마장마술에서 말의 재능이 더욱 중요하다. 승부를 결정짓는 말의 가격은 세계대회 출전급의 경우 수십억원에 이르므로 재력도 실력이라는 운명론적 명구를 낳게 됐다.
하지만 운도 노력의 영역으로 보는 운명개척론의 시각도 있다. 영어의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는 단어는 뜻밖의 발견이나 행운을 의미한다.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한 것도,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된 비아그라의 부작용으로 발기부전치료제라는 새로운 용도를 발견한 것도 세렌디피티로 설명한다.
세계 최고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된 아마존이나 세계 최대의 커뮤니티가 된 페이스북도 세렌디피티의 결과로 설명한다.

세렌디피티가 의도치 않은 뜻밖의 행운으로 표현되지만 부단한 노력 중에 발견되는 것이라 부모의 재력도 실력이라는 세습적 혹은 운명론적인 운과는 차이가 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은 삼국지의 수인사대천명(修人事待天命)에서 유래한다. 다 잡은 조조를 살려준 관우를 제갈량이 처형하려 하자 유비가 말리면서 제갈량에게 한 말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세렌디피티의 동양적 표현이다. 일이 성공하건 실패하건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인다는 뜻에서 운과 노력의 비중을 50% 정도로 인식하는 운오기오(運五技五)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증산교에서는 '모사재천 성사재인'(謀事在天 成事在人)이라고 한다. 계획은 하늘이 다 세워놓았으므로 일을 성사시키는 것은 사람의 일이라는 뜻이다. 운명론을 배척하고 극단적인 개척론을 만들었다. 운삼기칠(運三技七)이었다면 운명개척론이나 철학이 되었을텐데 운무기십(運無技十)을 주장해서 종교가 됐다.
주역은 동양의 대표적인 점술서다. 만물을 음과 양의 조화와 그 정도와 상태에 따라 8궤와 64궤로 나누어 인간사의 길흉을 가늠한다. 이 주역에서는 인간을 세 가지 유형으로 가정한다. 운명에 굴복하는 자, 운명에 순응하는 자, 운명을 극복하는 자가 그것이다.

울지 않는 새를 어떻게 울게 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새가 울도록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한다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새가 울 때까지 기다린다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울지 않는 새는 죽여버리겠다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주역은 운명에 굴복하지 않는 인간을 상정함으로써 운명론적인 점술서가 아닌 철학서의 위치를 갖게 됐다.

창업하는 사람은 어떤 인간형이어야 할까. 이 당위적 질문이 유용한 질문은 아닌 것 같다. 누구나 타고나는 재능과 환경이 다르므로 자신의 재능과 환경에 맞는 수준과 규모의 일을 가지고 노력하면 될 것이다.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은 운명을 극복하려 할 것이고 현실이 참을 만한 사람은 운명에 순응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