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자'는 굳은 맹세

 

▲ 큰일을 치르기 전 해(日)와 달(月)을 두고 그릇(皿)에 피를 담아 맹세(盟)한다. /그림=소헌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br>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러시아와 일본 사이에 전운戰雲을 느낀 고종은 1904년 1월 '국외중립'을 선언하며 분쟁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하였다. 국외중립局外中立이란 전쟁에 참가하지 않은 조선이 전쟁 당사

 

국 쌍방에 대한 중립적인 지위를 말한다. 하지만 조선을 무시한 일제는 2월8일 인천 앞바다에서 기습적으로 러시아 함정 두 척을 격파하며 러일전쟁을 일으킨다.

2월9일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한 일본은 그날로 서울까지 들어왔고, 다음날에야 러시아를 향해 선전포고를 하였다. 2월23일 일본을 위한 일방적인 공수동맹攻守同盟으로 이루어진 '한일의정서'가 일제의 강압에 의해 체결된다. ①동양평화를 확립하고 ②조선황실을 보호하며 ③조선독립과 영토를 보증하고 ④제3국의 침해나 내란 시 도와주며 ⑤이를 위해 군사전략 지점을 임의로 정할 것이며 ⑥일본 승인 없이 조선은 제3국과 협약을 체결할 수 없다.

이것이 어찌 상호합의에 의한 의정서인가? 눈알을 도려내고 혀를 뽑아내도 성이 차지 않을 불공정한 강박조약이다. 국운國運이 저물어 가는데 길 잃은 나그네는 어디에서 하소연할꼬.

건국동맹(建國同盟) 1944년 8월 여운형을 중심으로 설립된 비밀 독립운동단체다. ①일제의 모든 세력을 몰아내고 ②조선독립을 저해하는 반동세력을 박멸하며 ③민주주의에 입각하여 노동대중에 치중한다는 강령을 세웠다. 농민동맹, 부인동맹, 군사동맹 등으로 확대되었다.

▲同 동 [한가지 / 무리 / 합치다]
①同은 (멀 경) 一(한 일) 口(사람 구)가 모인 글자다. 멀리() 떨어진 사람일지라도 하나(一)되어 한 목소리(口)를 낸다. ②무릇(凡범.변형) 모두 동일한 말(口)을 하니 同이다. ③같은 글자는 仝(동)이다. 사람(人)이 모여 함께 작업(工공)하고 노동한다.

▲盟 맹 [맹세하다 / 모이다]
①明(명)은 창가(빛날 경)에 달빛(月)이 비추는 정도의 밝음으로 쓰였는데, 이제는 해(日)와 달(月)이 함께 있으니 더 밝다는 뜻으로 굳어졌다. ③대사大事를 치르는데 앞서 해(日)와 달(月)을 두고 그릇(皿명)에 피(血혈)를 담아 나누어 마시며 굳은 결의와 다짐을 하는 것이다.

"지금은 친일親日해야 할 때다. 토착왜구 말고 토착빨갱이 몰아내자" "북한에게 빼앗기느니 차라리 일본 식민지가 낫다" 반민족 매국노들의 말짓거리다.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2012년 밀실협상이라는 논란으로 연기되었다가, 2016년 졸속으로 처리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파기하라는 여론이 거세다. 과거사 반성 없이 신군국주의로 무장한 일본과 군사협력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한강토의 평화분위기를 와해하고 항구적인 분단을 획책하며 냉전체제를 강화하자는 것이며, 문을 열고 외부의 도적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런 인연이 있을까? 북한의 국가國歌도 '애국가'다. '삼천리, 백두산, 길이 빛내세'라는 구절들이 남북 애국가에 모두 들어가 있다. 역시 남북은 하나며 혈육동맹血肉同盟만한 것이 없다.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