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있는 팔미도 등대는 우리나라의 첫 등대다. 1903년 6월부터 밤바다에 불을 밝혀왔다. 1950년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에도 전략적 자원이 됐다. 그런데도 이 등대는 정부가 올해부터 선정하는 대한민국 대표 등대 선정에서 탈락했다. 해수부는 선정 작업을 마치고 "팔미도 등대가 아깝게 탈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알고보니 그게 아니었다. 전국 13개 등대가 후보로 올라왔지만 팔미도 등대는 애초에 후보군에도 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제항로표지협회(IALA)는 지난해 인천에서 열린 제19차 세계등대총회에서 인천선언과 함께 '올해의 세계 등대'를 선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해수부 산하 등대문화유산위원회는 처음으로 부산 가덕도 등대를 '올해의 등대'로 선정하고 내년초 IALA에 추천할 예정이다.

해수부는 이달 초 팔미도 등대가 우리나라 대표등대에 뽑히지 않은 것에 대해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아깝게 떨어졌다"며 "앞으로도 기회는 많다"고 추스렸다. 그러나 애초에 팔미도 등대는 후보군에도 오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수부 산하 등대문화유산위원회에 따르면 팔미도 등대가 후보로 제출되지 않아 심사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뒤늦게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해수부가 말을 바꿨다고 한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 우리나라 대표등대 후보 추천을 요청했지만 인천해수청이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말도 안 되는 중앙정부의 행정행위가 또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최근 '관광 거점 도시(광역 1곳, 기초 4곳)' 선정을 추진하면서 수도권을 아예 배제시켰다. 이 사업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인천에서 밝힌 관광진흥책 중 하나다. 문체부는 수도권 제외가 논란을 빚자 뒤늦게 담당부서의 착오에 따른 실수라고 해명했다. 하부 기관이나 부하 직원에게 책임을 미루는 처사다.

우리는 여기서 편협하게 인천이나 수도권에 대한 패싱 등을 얘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현 정부와 공직자들이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매사에 이런 식이 아니냐는 우려를 금할 수 없어서다. 치밀한 업무 수행은 고사하고 정직성마저 결여돼 있다. 여기저기에 한껏 나사가 풀려 있는 모습이 보기에도 안쓰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