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구부리다…웃음이 배어나다
일상을 구부리다…웃음이 배어나다
  • 여승철
  • 승인 2019.0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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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보더 '먹고 즐기고 사랑하라'
서구문화회관서 26일부터 전시회
'벤트 아트'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
▲ 테리 보더 작가의 '먹고·즐기고·사랑하라' 기획전시회가 오는 26일부터 서구문화회관 아트갤러리에서 열린다. 사진은 지난 2017년 12월 서울 종로구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렸던 동명의 전시간담회에서 관계자가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는 모습. /연합뉴스

▲ 미국의 벤트 아티스트 테리 보더. /연합뉴스

▲ 테리 보더作 '꽃을 건네는 마음(Made for Each Other)'. /사진제공=서구문화재단

▲ 테리 보더作 '사랑의 건배(Toast Toasting in a Toaster)'. /사진제공=서구문화재단

▲ 테리 보더作 '시리얼 킬러(Cereal Killer)'. /사진제공=서구문화재단

▲ 테리 보더作 '해변에서의 하루를 위한 준비(Mr. Kiwi's Getting Ready for A Day at the Beach)'. /사진제공=서구문화재단

▲ 자신의 작품의 의미를 설명하는 테리 보더 작가. /연합뉴스

인천서구문화재단이 여름방학을 맞아 음식에 깃든 블랙 유머로 즐거운 풍자를 선사하는 기획전시회 '테리 보더-먹고(EAT), 즐기고(PLAY), 사랑하라(LOVE)'를 오는 26일부터 8월25일까지 서구문화회관 아트갤러리에서 개최한다.

테리 보더(Terry Border)는 우리의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소재에 구부린 철사를 이용해 팔다리를 붙여 인격화된 캐릭터를 창조하여 우리의 삶과 세상의 이야기를 위트와 감동으로 전달하는 미국의 벤트(bent·구부러진) 아티스트이다.

테리 보더의 작품에는 빵, 과자, 계란, 수저, 손톱깎기, 립밤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이나 사물이 등장한다. 익숙한 소재들을 의인화하여 기발한 상상력이 드러나는 테리 보더의 벤트 아트는 마치 사물들이 살아 숨 쉬는 세상에서 그들만의 사적인 이야기를 훔쳐보는 듯한 유쾌한 즐거움을 제공한다.

특히 테리 보더는 자신의 경험담, 사물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한 편의 상황 극처럼 연출해 비주얼 스토리텔링으로 능숙하게 구사한다. 한 장의 이미지로 삶의 부조리를 고발하거나 인간 존재에 관한 의문을 던지는 블랙유머를 시니컬하게 구사하여 진지한 주제를 재치 있게 바라보게끔 한다.

대표적인 작품이 '시리얼 킬러'이다. 한 편의 만화 에피소드 같은 '시리얼 킬러'는 연쇄살인범을 뜻하는 'Serial Killer' 대신 발음이 비슷한 'Cereal Killer'로 대체, "시리얼이 살해당했습니다"라며 특유의 기발함으로 웃음을 선사한다.

이번 전시 기간 동안 테리 보더의 작품을 한층 더 유쾌하게 즐길 수 있도록 전시와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 'EAT, PLAY, MAKE! : 나의 벤트 아트 작업실'도 만나볼 수 있다. 비치된 철사, 과자, 학용품 등의 일상적인 사물을 사용하여 자신만의 벤트 아트를 만들어보고 미니 스튜디오에서 촬영해볼 수 있다.

서구문화재단 이종원 대표는 "이번 '테리보더-EAT, PLAY, LOVE'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은 일상적 삶의 이야기를 빗대어 볼 수 있는 사물들을 감상하며 먹고(eat), 즐기고(play), 사랑하는(love) 일상을 예술적으로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 관람료는 무료이며 월요일은 휴관, 광복절은 정상 개관한다. 032-579-1150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테리 보더 작가는…

테리 보더는 우리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소재에 구부린 철사로 팔다리를 붙여 우리의 삶과 세상의 이야기를 위트와 감동으로 전달하는 아티스트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 후 광고 사진가로 활동하다가 조각가로 활동했다. 대형 작품제작에 회의를 느낀 테리 보더는 이후 작은 소품을 이용해 자신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제작한다. 그만의 유머러스한 작품 세계는 블로그와 SNS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미국을 비롯해 중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 이탈리아, 영국의 월간지와 방송에 소개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는 'Bent Objects'를 주제로 두 차례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한 바 있다. 또한 2009년부터 최근까지 , , 등 10여권의 책을 출간했으며 국내에는 2014년 <땅콩버터와 컵케익>을 통해 소개됐다.


작가가 들려주는 주요 작품의 의미

"제 작품은 우리가 잘 아는 일상 속 사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물을 볼 때 그 사물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생각하죠. 저는 제 작업을 즐깁니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죠. 그리고 제 작업의 가장 큰 장점은 사진을 찍고 난 후에 그것들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거죠."

#꽃을 건네는 마음(Made for Each Other)
처음 철사를 이용한 작품들을 시작했을 때는 물체들에 눈, 코, 입 등을 표현했어요. 작품을 계속하면서 얼굴을 자세히 표현하지 않을수록 캐릭터의 감정을 더 감동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캐릭터가 느끼는 감정을 캐릭터의 포즈와 주변 배경을 통해서 표현하려고 합니다. 너무 설명적이고 구체적이면 상상력이 발휘되지 않거든요. 그래서 미래학자인 스탠 데이비스(Stan Davis)도 "상상력의 힘이야말로 예술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말한 거겠죠.

#사랑의 건배(Toast Toasting in a Toaster)
영어 단어 토스트는 '구운 빵'과 '건배하다'라는 두 가지 뜻이 있어요. 같은 단어이면서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사례지요. 토스트기 안에서 구워지고 있는 빵들이 와인 잔을 들고 건배를 외치고 있어요. 토스트가 스스로 토스트라고 외치는 모습이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이 작품은 사람들이 "설마 이런 썰렁한 유머를 작품으로 만들려고 하다니"라고 여길 정도로 우스꽝스런 말장난 가운데 하나입니다.

#시리얼 킬러(Cereal Killer)
콘플레이크는 아침 식사용 시리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콘플레이크에 우유를 부으면 반드시 재빨리 먹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리얼이 축축하게 젖어 녹아버리거든요. 콘플레이크처럼 사람도 수영을 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을 수도 있어요. 이 작품을 포함한 저의 다른 작품의 핵심은 음식이나 일상의 작은 물체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과 똑같은 사건들이 인간사회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Cereal Killer'와 같은 발음의 'Serial Killer'는 연쇄 살인범을 뜻하기도 해요.

#해변에서의 하루를 위한 준비(Mr. Kiwi's Getting Ready for A Day at the Beach)
키위가 면도하는 이 작품의 주제는 체모에 관한 겁니다. 대부분의 아시아계 남성들은 별 문제를 겪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 주제이죠. 저는 꽤 털이 많은 편이라서 해변에 가기 전에 제모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곤 해요. 많은 남성들이 왁싱으로 제모를 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털을 제거하지만 저는 아직 털을 깎지 않고 버티고 있어요. 언젠가 가슴털이 다시 유행할 때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말이죠.

▲ 인천일보, INCHEON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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