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 주요한 이슈로 제기됐다. 국가 혹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및 예산에 대한 정보공개, 수술실에서 발생하는 환자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수술장면의 공개, 국회의원들의 정당한 의정활동을 감시하기 위한 의정자료의 공개 등 국민의 알 권리에 근거한 정보공개 요청이 증가하고 있다. 이번 7월에는 S대학교에서 '피해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규정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대학 내 성폭력범죄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작 피해자들은 그 징계 과정을 알지 못해 더 고통을 받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교원징계규정'을 제정하여, 피해자의 요청에 의해 징계 심의 과정이나 결과를 징계위원회 의결을 거쳐 피해자에게 알려준다는 내용을 규정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주장되는 알 권리가 정당한 감시 혹은 약자의 권리로서 작용하는 측면도 있지만, 개인의 인권 혹은 사생활을 침해하는 사실이 알 권리라는 명목하에 정당화되기도 한다.
특히 범죄와 관련해 가해자의 신상뿐만 아니라 그 가족 혹은 피해자의 신상까지도 언론을 통해 공개됨으로써 개인의 기본권이 침해되는데 이러한 침해가 국민의 알 권리로 정당화되기도 한다. 이처럼 알 권리가 개인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지는 경우에는 기본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알 권리라는 명목하에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개인의 기본권 침해 행위가 일률적으로 정당화되는 관행은 개선돼야 한다.

알 권리는 일반 국민의 정보 습득에 대한 요구를 의미하는 용어로 언론에 의해 제도적으로 보장된 언론의 자유 혹은 표현의 자유를 구체적으로 함축하는 권리의 개념으로 사용된다. 알 권리가 기본권의 하나로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법제화된 것은 20세기 중반부터이다.
UN은 1948년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하고 제19조에서 정보의 자유와 알 권리를 규정했다. 나치시대 언론 탄압 정책에 시달렸던 독일은 1949년 독일기본법(Grundgesetz) 제5조 제1항에 알 권리를 명문으로 규정하여 정보의 자유권을 보장했다. 우리나라는 알 권리에 대한 직접적인 근거조항을 두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정보에의 접근·수집·처리의 자유를 알 권리로 정의하면서 알 권리를 헌법 제21조의 표현의 자유에 당연히 포함되는 권리로 인정했다.
헌법은 제21조 제1항에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해 표현의 자유를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하면서 동조 제4항에서는 개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표현의 자유의 한계로 설정하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유로운 언론' 혹은 '표현의 자유'의 실현은 중요한 이슈이다. 그러나 언론이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개인의 인격권에 대한 침해를 방치한다면 그 사회는 더 이상 민주사회가 아니라고 해야 할 것이다. 언론이나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인권과 사생활에 대한 존중 역시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하나의 축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언론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킨다는 명목하에 개인의 신상에 대해 보도하고 이러한 보도가 결과적으로 개인의 명예와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면 언론이나 표현의 자유만을 주장하기는 어렵다.
언론보도가 표현의 자유로서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보도의 공익성, 공공성, 진실성, 성실성, 공정성 등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대법원은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당해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해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나 권리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언론의 보도가 알 권리의 충족만을 근거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 공공성, 공정성, 성실성, 공익성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보도에 대한 정당성을 판단해야 할 것이다.

알 권리가 국가 혹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이나 예산 등을 공정하게 감시하는 권리 혹은 약자에 대한 배려를 위한 권리로서 작용하는 경우에는 개인의 기본권 침해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에 포함되는 권리로서 개인의 인권, 명예 등을 침해하는 근거로 작용하는 경우에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그 정당성을 판단해야 한다. 정당성이 엄격하게 판단될수록 언론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개인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상황은 방지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