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학박물관이 공개한 혼개통헌의 원유물 모습
실학박물관이 공개한 혼개통헌의 원유물 모습

 

 
실학박물관이 23일 조선후기 천문기구 혼개통헌의(渾蓋通憲儀)의 실물을 공개했다.
 
혼개통헌의(渾蓋通憲儀)는 북학파 실학자인 유금(柳琴, 1741~1788)이 1787년에 조선식으로 해석해 만든 서양식 천문 기구이다.
 
이 유물은 해와 별의 고도를 측정하고 이를 통해 낮과 밤의 시간을 찾아 낼 수 있도록 고안된 일종의 아날로그 컴퓨터다. 이슬람과 유럽지역에서 주로 사용됐고 아스트롤라베(Astrolabe)라는 명칭으로 쓰였다. 아스트롤라베(Astrolabe)는 서양 선교사에 의해 중국에 소개됐으며 이때부터 혼개통헌의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유금이 만든 혼개통헌의는 한·중·일 통틀어 자국에서 제작된 현존하는 유물 가운데 유일한 유물로써 동아시아, 특히 조선시대 서양과학의 전래와 수용을 보여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혼개통헌의는 모체판과 성좌판으로 구성됐으며 모체판 앞 뒷면에 걸쳐 '건륭 정미년에 약암 윤선생을 위해 만들었다'는 명문과 함께 '유씨금'이라는 인장이 새겨져 있다.
 
모체판의 앞면 중심은 하늘의 북극을 상징하는 구멍에 핀으로 성좌판을 끼워 회전토록 했다. 외곽을 24등분하고 맨 위에 시계 방향으로 시각을 새겼고, 바깥으로부터 남회귀선, 적도, 북회귀선의 동심원, 위쪽에 지평 좌표원이 있다.
 
성좌판은 하늘의 북극과 황도상의 춘분점 및 동지점을 연결하는 T자형으로 축과 황도를 나타내는 황도원을 한판으로 제작했으며, 특정 별과 대조할 수 있도록 돌출시킨 지성침이 11개가 있다. 모체판과 성좌판에 새겨진 자리는 기본적으로 중국의 '혼개통혼도설'에 근거한 것이지만 유금은 우리나라 실정에 맞도록 독자적인 별을 그려 넣기도 했다.
 
또한 동아시아에서 제작돼 알려진 유일무이한 천문도구로 동판위에 12황도와 24절기를 한자로 정밀하고 간결하게 새긴 것이 18세기 조선 금속세공술의 우수함을 보여주고 있다.
 
혼개통헌의는 1930년대 일본으로 반출됐다가 2007년 故 전상운 교수에 의해 환수되면서 세상에 공개됐으며 현재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이 유물로 소장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26일, 혼개통헌의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2032호로 지정했다.
 
실학박물관은 보물 지정을 기념하는 특별 전시회 '실학박물관, 과학 소장품전'를 10월23일부터 내년 2월28일까지 개최할 예정이다.
 
특별전시에는 혼개통헌의를 비롯한 혼천의, 자명종, 천리경, 방성도 등 실제 유물들을 통해 실학시대의 과학문물과 홍대용, 박지원, 박제가 등 신문물을 적극 수용했던 실학자들을 소개한다. 또 관련 전문가를 초빙해 조선후기 과학문물에 담긴 선조들의 지혜를 재조명하는 시간도 갖는다.
 
전시 관련 자세한 사항은 실학박물관 홈페이지(http://silhak.ggcf.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031-579-6000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