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조례안 '부결'
한국당 "정치적 셈법"
노동계 반발 거셀 듯

인천 남동구의회가 노동자 권익 보호를 포기했다. 인천 기초지자체 중 첫 도입이 예상됐던 노동자 권익보호 조례안을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에서 부결시켰기 때문이다.

남동구의회는 17일 열린 제257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신동섭(구월2·간석2·3동) 의원이 대표발의한 '남동구 근로자 권리 보호 및 증진을 위한 조례안'을 부결시켰다.

이 조례안은 지난 10일 상임위원회 조례안 심의 과정에서 원안통과됐는데 이날 본회의에서 뒤집힌 셈이다. 조례안 핵심은 비정규직·미조직·여성노동자 등 노동시장 취약계층을 위해 지자체가 권익보호 전담기관을 설치하고 운영한다는 내용이다.

민주당 조성민(구월2·간석2·3동) 의원은 본회의에서 "시에 동일한 조례가 제정됐고, 이번 조례안은 시 조례와 차별성이 없다"며 "시에서는 권역별로 근로자 복지시설을 설치 운영하고 있으며 그밖에 노동법률상담소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에서 운영 중인 '근로자 복지시설'은 법률 상담도 하지만 문화공간 기능이 더 크다. '노동법률상담소'는 인천시가 아닌 지역 노동조합에서 운영 중이며 시는 운영비만 지원한다.

무기명 투표 결과 최재현 의장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 10명이 원안통과에 반대해 조례안은 부결됐다. 한국당 의원 7명 전원은 본회의장에서 퇴장해 기권 처리됐다.

한국당은 민주당의 행보에는 정치적 셈법이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한국당 신동섭 의원이 민주당 소속 이강호 남동구청장을 겨냥한 비판적인 발언을 자주 해왔기 때문이다. 신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도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이강호 청장이 '88올림픽기념 국민생활관'을 종합스포츠타운으로 재건립하려다가 리모델링으로 선회한 점을 강하게 질타했다.

노동계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동국가산업단지 내 15개 회사 노동조합이 모여 구성한 남동구 노동조합 협의회 관계자는 "영세사업장이 절반이 넘는 남동산단에서 소외받는 비정규직·여성노동자들을 위해 꼭 필요한 조례로 받아들였는데, 참담하다"며 "촛불로 탄생해 노동자를 대변한다는 정당이 맞는지 의문이다. 조만간 항의방문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