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백서 2.6㎞ 떨어진 교동도 피난민 '고령화'
1세대 급속히 줄어
정부 실태조사·지원 필요
▲ 인천 강화군 교동도 중심에 있는 화개산 넘어로 보이는 북한 황해도 모습. /사진제공=강화군

"고향이 그립긴 하지만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란 꿈은 접은 지 오래야."

최봉열(88)씨는 19살 때 북한 연백에서 인천 강화군 교동도로 왔다. 한국전쟁에 참여해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그는 매달 나오는 지원금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지원금에 일을 해야 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고향 연백에서 먹던 들깨강정을 재현해 파는 것이었다. 최씨는 "가끔 방송을 보면 통일이 다가왔다고 보도되지만, 일상에 달라진 것은 없다"며 "이 나이에 고향 땅을 밟는다는 게 가능할 지 잘 모르겠다. 그저 기억으로 남겨두려 한다"고 말했다.

북한 연백과 불과 2.6㎞ 떨어진 교동도. 한국전쟁 당시 연백에서 피난 온 사람들 대부분이 이곳에 자리 잡았다. 70여년이라는 세월 동안 바다 넘어 보이는 고향을 바라본 실향민들은 연일 보도되는 평화 분위기를 느낄 여유조차 없었다. 고향을 등진 채 새로운 터전을 일궈야 했기 때문이다.

최근 남·북·미 회동으로 평화 분위기가 다시 부는듯하지만 정작 실향민들은 체감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세 통일이 될 것 같아 북한과 인접한 지역에 터를 잡고 살아가던 실향민들의 나이는 어느새 80살을 훌쩍 넘어 고령화되고 있다.

황매하 교동실향민연합회 대표는 "10살 때 여기에 와서 지금은 80살을 앞두고 있다"며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떠나 지금은 많이 줄었다. 이젠 고향 얘기할 사람도 없다"고 밝혔다.

한 해가 갈 때마다 줄어드는 실향민 1세대들에 대한 정확한 현황은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의 이산가족 등록 현황을 통해 실향민 수를 추측할 뿐이다.

이산가족 등록 현황을 보면 지난달 30일까지 신청자는 13만3306명이다. 이중 생존자는 5만4403명으로 당초 상봉 신청자의 절반만 남아 있는 상태다. 이중 4486명의 상봉 신청자가 인천에 살고 있다. 이산가족의 고령화로 감소세를 보이는 것으로 추측된다. 생존자 중 70살 이상은 4만6705명으로 85.9%를 차지했다.

이북5도위원회 인천사무소 관계자는 "1세대 실향민들이 고령화되다 보니 급속하게 줄어드는 추세다"며 "정확한 수를 파악하긴 어렵고, 현재 인천에 사는 1세대는 2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