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실장

한일 갈등은 '대첩' 혹은 '굴욕', '참패'와 같은 카타르시스 감성이 표현된다. 한일 축구경기에 있어서 한국이 한 수 우위라는 자신감이 여전하지만 순간순간 허를 찔리기도 했다. 자존감 대결에 기대와 실망으로 들썩이는 게 보편적이다. 그러나 이번 한일 무역 갈등은 일본이 강세다. 스포츠 경기처럼 국민 간 감정 대결로 풀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국민 정서는 아사히 맥주를 매장에서 퇴출시키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정치와 외교가 열쇠다. 세계질서가 정치 지도자의 야망에 좌우되고, 특히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정부의 군국주의 회귀를 예감하는 '레이와' 연호 정치가 우경화로 치닫고 있다. 아베 총리는 장기집권을 노린 정치적 수단으로 한국과의 무역전쟁을 선포한 상태다. 아베의 정권 재창출 야망을 드러낸 극우 정치의 수단으로 기습 수출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번 일본의 무역보복 한일 갈등은 그동안 냉전체제에 가려져 왔던 냉엄한 국제질서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대한민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위안부 문제 등 고질적인 한일 간 과거사의 이해관계가 무역전쟁의 불씨로 비화됐기 때문이다. 일본은 철저하게 한일협정 위배라는 주장이 깔렸다. 일본의 명분은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이 경제보복을 하면 우리도 가만있지 않겠다는 으름장으로 국가 결기를 내세우지만 국민들은 무역수지가 하강 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실리를 잃을까 걱정한다.

한일 과거사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무역을 하지 않겠다는 일본의 주장은 국제 질서에서 이탈하겠다는 도발행위이다. 보통국가로 가겠다는 일본과 정상국가임을 선언하는 북한의 소용돌이 속에 대한민국이 공황 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더 냉정히 국익을 판단하는 전문가들이 나설 때다. 역사적으로 7월은 임진왜란 한산도대첩의 이순신 장군이 있다.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한일 간극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다양하게 진행돼 왔다.

도쿄대첩으로 지칭되는 1998년 FIFA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B조 3차전 한일전에 붉은악마가 등장했다. 2011년 한일 평가전에서 일본에 3골차로 완패한 삿포르 굴욕과 참패도 있다. 무역 제재 기선을 잡은 일본이 전반전 그라운드를 공략하고 있다. 후반전도 있다. 아니면 연장전까지 준비해야 한다. 글로벌 시대에서 이웃 국가와 갈등을 겪으며 자국의 이익을 대변할 수는 없다. 슬기로운 치국 행위는 감정을 극복하는 성숙한 나라에 있다. 정치권과 기업이 합심해 국가 비즈니스에 나서야 한다. 일본은 가깝고도 먼 우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