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친일파의 문화 기념사업   
[취재수첩] 친일파의 문화 기념사업   
  • 박혜림
  • 승인 20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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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림경기본사 문화부기자

2019년은 3·1운동과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주년이 된 해이다. '대한독립 만세'를 열렬히 외친 지 100년이 지난 지금 한일 관계는 냉랭하기만 하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7월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5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7%가 일본에 호감이 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12%만이 일본에 호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1991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최근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에 따른 반일감정이 거세게 표출되면서 문화계에서도 친일 문화예술인들의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온 국민을 공분케 한 영화 '유관순'은 일제 치하에 수모를 겪어야 했던 독립열사 유관순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에는 유관순 열사가 옥중 고문 받는 장면이 등장한다. 일본 순사보다 더 잔혹하고 집요하게 열사를 괴롭힌 인물은 다름 아닌 조선인이었다.
친일파였던 정춘영은 온갖 고문으로 유관순 열사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장본인이다. 이처럼 영혼까지 팔아넘긴 친일 부역자들의 만행은 일본인보다 더 일본인스러워야만 했다.
문제는 광복 이후 청산되지 못한 채 남아 있는 친일의 잔재들이다. 이 잔재들은 유독 문화예술인들의 작품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는 '에키타이 안'으로 불리길 자처하며 일본이 만주에 괴뢰 국가를 세울 때 '만주국 축전국'이라는 곡을 만드는 등 일본 제국주의에 적극 동참하며 친일 행적을 일삼았다.
몇해 전 그가 1급 부역자로 알려지면서 국내 안팎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또 지폐에 새겨진 세종대왕의 어진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운보 김기창의 그림이다.
'고향의 봄', '봉선화' 등을 작곡한 홍난파는 일본 제국주의 통치 기구의 주요 외곽단체의 장 또는 간부로서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통치 및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한 행위로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대표적인 친일 부역자다.
근대 한국 서양음악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이유로 경기도 화성시에서는 매년 기념 음악회를 열거나 기념공원 조성에 혈세를 써오는 등 홍난파와 관련한 기념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친일 잔재를 청산한다는 것은 쉽지 만은 않은 일이다. 어마어마한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친일 잔재에 대한 청산을 멈추는 것은 피(血)로 지켜낸 우리 국가와 민족의 역사에 대해 못할 짓이다. 그러나 적어도 '지켜내지 않아도 될 것들'을 지켜가며 혈세를 낭비할 필요는 없다. 온 국민이 기를 쓰고 Made in Japan을 거부하는 시점에 굳이 친일 행적을 일삼은 자들을 찬양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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