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철학·사회문제 다룬 '北 최고 실학자'
▲ 최근에 발견된 준박(?駁), 필사본, 24.5㎝×21㎝. 혜강 선생의 천체관을 볼 수 있는 저술이다. 선생의 종손 소장.

19세기 실학자 중 남한에서 최고로 치는 학자는 두말할 것 없이 다산 정약용이다. 다산 정약용은 약 550여권의 책을 저술하였다. 그렇다면 북한에서는 누구일까? 바로 혜강 최한기다. 혜강은 약 1000여권의 책을 저술하였다.

반면 남한에서 혜강은 낯설고 북한에서 다산의 <목민심서>는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금서였다. 사상을 떠나 두 사람의 실학은 그 차이가 있다. 다산의 글이 국가를 위한 담론이라면 혜강은 세계 평화를 위한 거대 담론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혜강 쪽이 더 평등, 민주주의, 인도주의에 가깝다.

"혜강은 1000권의 저술을 남겼는데, 아마도 이것이 진역(震域·우리나라의 별칭) 저술 상 최고의 기록이고 신·구학을 통달한 그 내용도 퍽 재미있다."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속편>에 보이는 글이다. 그러나 선생의 저 저술은 지금 극히 일부만 남아있다. "혜강 최한기는 서울에서 책만 사다 책값으로 재산을 탕진해버렸다. 그래서 도성 밖으로 이사를 가야만 했다. 어느 친구가 '아예 시골로 내려가 농사를 짓는 게 어떻겠느냐'하니까, '에끼 미친 소리 말게. 내 생각을 열어 주는 것은 오직 책밖에 없을진대, 책 사는 데 서울보다 편한 곳이 있겠는가?'하고 면박을 주었다."
이건창의 <명미당집>에 보이는 말이다.

저간 연구에 따라 선생의 저술목록을 학문영역으로 분류해 보면 아래와 같다. 목록만 보아도 그 어느 실학자에 비하여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 혜강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곰곰 짚어볼 일이다.

I. 자연과학: 선생의 저술에 자연과학 및 기술 분야가 가장 많이 보인다. 하지만 서양과학의 지식을 받아들여 소개하는데 더 비중을 두었다. 이 서구자연과학이 선생의 사상 전반에 큰 자극을 주었고 여기서 선생 자신만의 독특한 기 철학을 세우게 되었다. 따라서 선생에게 서양에서 들어 온 자연과학적 지식은 그의 철학과 분리될 수 없는 일관성을 지닌다.
① 농업·농기계
*농정회요(農政會要) : 현존 미상, <육해법>에 앞선 저작으로 추정.
*육해법(陸海法) : 2권 1책, 32세(1834)작.
② 기계일반
* 심기도설(心器圖說) : 1책, 40세(1842)작.
③ 지리
*고산자 김정호와 합작하여 만국경위지구도(萬國經緯地球圖) : 현존 미상, 32세 모각(摸刻).
*청구도(靑丘圖) 서(序) : 32세 작.
*지구전요(地球典要) : 13권 7책, 55세(1857)작.
④ 천문
*의상이수(儀象理數) : 3권, 권3만 현존, 37세(1839)작.
*성기운화(星氣運化) : 12권, 65세(1867)작.
* 준박(駁): 1권, 연대 미상.
⑤ 수학
*습산진벌(習算津筏) : 3권 2책, 48세(1850)작.
⑥ 의학
*신기천험(身機踐驗) : 8권, 64세(1866)작.

 

Ⅱ. 철학: 선생의 철학적 저술인 <신기통>과 <추측록>은 34세에 이루어졌다. 이미 자연과학을 바탕으로 한 철학적 사유 완성이 30대 중반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곧 그것은 신기(神氣)가 천(天)·인(人)과 인(人)·물(物)을 소통케 하는 원리로서 작용한다는 뜻이다. 선생은 이러한 소통의 방법으로서 추측(推測)이 기(氣)·이(理)·정(情)·성(性)·동(動)·정(靜)·기(己)·인(人)·물(物)·사(事)에서 실현된다고 한다. 즉 추측은 처음에는 멀지만 자꾸 생각하다보면 가까워지고 다시 먼 곳에는 있는 것이 가깝게 다가오는 것이 추측이다.
*추측록(推測錄) : 6권 3책, 34세(1836)작.
*신기통(神氣通) : 3권 2책, 34세 작.
*기측체의(氣測體義) : 9권 5책, <신기통>과 <추측록>을 합한 책.
* 명남루수록(明南樓隨錄) : 2권 1책, 저작 연대 미상.
*기학(氣學): 2권 1책, 55세(1857)작.
*운화측험(運化測驗): 2권 1책.,1860년 동지에 기화당(氣和堂)에서 쓴 서문이 있다. <명남루전집> 제3책에도 수록되어 있다.
*우주책(宇宙策) : 12권 6책, 현존 미상, <지구전요>에 앞선 저작으로 추정, 현존 <명남루수록>과 내용상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임.

Ⅲ. 사회사상 및 제도: 자연스럽게 선생의 학문영역은 이러한 자연과학과 철학적 기반 위에서 사회문제까지 확대되었다.
*강관론(講官論) : 4권 1책, 34세 작.
*감평(鑑枰) : 1권, 36세(1838)작, 『인정』 권7에 수록됨.
*소차류찬(疏箚類纂) : 2권 1책, 41세(1843)작.
*인정(人政) : 25권 12책, 58세(1860)작.

선생의 저술은 현재 10분의 1정도만 보존되어 전해진다.

 

▲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문학박사)은 인하대학교와 서울교육대학교에서 강의하며 고전을 읽고 글을 쓰는 고전독작가이다.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문학박사)은 인하대학교와 서울교육대학교에서 강의하며 고전을 읽고 글을 쓰는 고전독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