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학 북부취재본부 부장

발달장애에 대해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지난 4월 발달장애아동만을 전문적으로 돌보는 민들레꽃지역아동센터 이재경 센터장을 인터뷰하면서다. 이 센터장은 인터뷰에 앞서 남양주시 장애인복지관에서 진행되는 발달장애 아동들의 체육 프로그램을 먼저 참관해 줄 것을 요청했다. 1시간 남짓 복지관 감각통합치료실 창 주변을 서성거리며 아이들의 활동을 지켜보면서 발달장애인 가족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지난 5월 남양주에서 발달장애인 자립을 돕는 체험홈 한곳이 이웃의 지속적인 항의와 민원 제기로 폐쇄됐다. 이곳은 남양주시의 지원으로 발달장애인들이 가족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일상을 꾸려갈 수 있도록 집안 집기 사용하기, 물건 사기, 영화 함께 보기 등의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던 곳이다.

이곳을 관리하던 경기장애인부모연대 남양주지부는 소음이 크다는 아래층 이웃의 문제 제기로 결국 체험홈 자진 철수를 결정했다. 취재를 하면서 솔직히 아래층 주민의 심정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예민한 성격일 수도 있고 활동시간이 남과 다를 수도 있는 일이다.
문제는 이 이웃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이해'하거나 '배려'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발달장애인들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런 '배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사회적 무지가 이들을 '별종'으로 취급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전직 정치부 기자로 현재 발달장애 아이를 둔 류승연 작가는 자신의 저서 <다르지만 다르지 않습니다>에서 '장애인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에 대한 대상화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장애인을 위험하거나 불쌍한 존재로 규정짓고 바라보는 태도가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생산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장애인은 무섭고 낯선 존재가 아니라 다르지만 다르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한 인간'이라고 말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전 생애를 통해 발달해가듯 발달장애인 역시 속도가 더딜 뿐 지속적으로 성장해 간다. 꾸준한 반복 학습을 통해 기능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들에게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 이들도,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장애'에 갇히고 말 것이다.

구리시는 최근 도내 타 지자체보다 한발 앞서 관내 거주 중인 737명의 발달장애인들의 자립여건 지원과 취업재활 욕구 해소를 위한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 조성 계획을 세워 추진중이다.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감안하고 조성 기간 단축을 위해 별도 건물을 매입할 예정이다. 건물 매입의 지연으로 조성이 조금 늦어지고는 있지만 구리시의 센터 조성은 칭찬할만한 좋은 시책이다. 장애인과 얼마나 잘 어울려 지내는지가 우리 사회가 얼마나 건강한지를 알려주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발달장애아동 프로그램 참관 전, 한 아이가 갑자기 손을 꼭 잡더니 빙그레 웃으며 올려다 보았다. 맑고 천진한 아이의 눈망울에 가슴이 울컥했다. 아이의 손은 더없이 보드랍고 따뜻했다. '그래! 함께 가자!' 나도 모르게 아이와 맞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다름의 동행',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