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경 논설위원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경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군(軍) 시절 비가 오거나 날씨가 너무 추워 야외 훈련이 어려워져 내무반 교육이 실시될 때면 거의 빼놓지 않고 들었던 듯싶다. 30여년이 지난 요즘 어느 때보다 이 말을 자주 보고 듣고 있다. 입항 귀순, 군 부대 경계 실패, 허위 자수, 은폐, 축소, 꼬리 자르기란 단어가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요즘 대한민국 군의 모양이 말이 아니라고 한다. 군 기강은 무너지고 안보는 구멍이 뚫렸다는 말이 허튼 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지난주 서해 해상 경계를 책임지고 있는 해군 지휘부인 2함대 사령부에 나타난 거동 수상자를 놓친 사건이 발생, 부대가 발칵 뒤집혔다. 4일 오후 10시쯤 해군 2함대 사령부 탄약고에서 경계 근무 중이던 초병이 거동 수상자를 발견했으나 놓쳤다. 다행스럽게도 거동 수상자는 탄약고 인접 초소에서 근무 중이던 병사로 근처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사서 초소로 복귀 중 탄약고 초병의 수하에 불응하고 달아나면서 일어난 소동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해군은 이 같은 결과가 나오기 전 경계 실패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무고한 병사를 거동 수상자로 허위 자수시켜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달 15일에는 북한 목선이 동해 북방한계선을 남하해 우리 영해를 통과, 머물다 삼척항에 입항해 있다가 주민의 신고로 발견됐다. 타고 있던 4명의 선원 중 2명은 귀순했고 나머지 2명은 북으로 돌아갔다. 이틀 뒤 국방부는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소형 선박이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된 경위를 조사한 결과 전반적인 해상·해안 경계 작전에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3일 뒤 국방장관은 "국민께 사과한다"며 경계작전 실패를 시인했다. 해군 2함대 거동 수상자 소동이나 삼척항 북한 목선 사건 모두 군은 어떻게 하든 잘못된 자신들의 책임을 덜어내기 위해 숨기기· 감추기로 일관했다. 나중에 사실이 드러나자 그때서야 "사과한다"는 말 한마디로 끝냈다. ▶우리가 모르는 노크 귀순, 제2·제3의 목선 입항, 또 다른 군의 조작·은폐는 없는지 걱정이 된다. 군은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맡고 있는 최후의 보루이다. 최근 군은 국민에게 실망과 우려를 안기고 불신의 늪에 빠졌다. 군이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 이상 걱정과 불신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해서는 안된다. 군이 정치권력에 휩쓸려서도 안 된다. 언제 어디에서나 국가와 국민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정직하고 강건한 군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