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한 도심 속에서 농업이 날로 인기를 끌고 있다.
회색 도심을 푸르게 만드는 도시농부. 이들은 도시와 자연을 잇는다.
옥상에서, 집안 베란다에서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형태로 작물을 가꾸며 푸른 활기를 만들어 낸다.
농업 활동은 현대인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준다.
도시농부들은 작물 판매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하나의 생명을 일구는 것에서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대한민국 도시농업 참여자 수는 지난 2010년 15만3000명으로 집계됐으나 지난해는 212만명으로 13배 이상 증가했다.
인천농업기술센터의 도시농업 전문가 과정도 인기가 높다.
총 모집인원이 25명이지만 항상 모집인원 수를 훌쩍 넘는다.
올해 상반기에 35명이 지원했다.
도시농업 기초과정과 어린이 농부 체험교실 등도 선착순으로 조기 마감을 할 정도다.
도시농부의 증가에 따라 인천 지역 지자체에서도 도시텃밭 조성, 교육, 반려 식물 보급 등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 뒤편으로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인천 미추홀구 도시텃밭. 초록색 토마토는 햇빛을 받아 붉게 익어가고, 상추와 깻잎들은 싱그러움을 머금고 자라나고 있었다. 분양자들이 각자 원하는대로 채소, 과일, 꽃으로 텃밭을 메웠다.
이곳에서 만난 임혜정(36)씨는 5년 차 도시농부다. 그의 첫 농사는 자녀가 가져온 작은 화분이었다.
조그만 화분에서 토마토를 키우다 점점 자라나는 작물을 감당하지 못해 화분보다 큰 상자로 옮겼다.
이후 키우는 작물의 수는 늘고, 베란다에서 옥상으로 장소를 옮겼다.
그에게 미추홀구 텃밭 조성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임씨 텃밭에는 흔히 볼 수 있는 깻잎, 고추부터 키우기 힘든 애플수박, 멜론까지 갖가지 작물들이 자라고 있다. 그의 농사 비법은 호기심에서 온다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 과일을 먹다가 이 씨앗을 심으면 과연 자랄까하는 궁금증에 농사를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작물을 키우게 됐네요. 텃밭에서 아이들의 생태 교육도 자연스럽게 해서 먹거리도 얻고 체험도 하고 일석이조에요."
부평구 산곡동 부영 텃밭에선 상자 텃밭 형식으로 분양한다.
상자 형식으로 텃밭을 나누다 보니 다양하게 활용을 할 수 있다. 특히 이곳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텃밭이 존재한다.
땅 위에 상자 텃밭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휠체어 등을 타는 사람들을 위해서 텃밭의 위치를 높였다.
땅으로 약 60m 높인 텃밭은 휠체어를 탄 이들에게 유용했다.
이 텃밭중 한곳을 가꾸고 있는 이경희(55)씨는 "항상 집에만 있다가 텃밭을 보러 밖으로 나올 때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처음에는 작물이 잘 자라지 않아서 전전긍긍했지만, 요즘에는 경작이 잘 돼서 수확의 기쁨도 맛보고 있어요."
남동구 남촌동 텃밭에서 만난 또 다른 도시농부 김원호(60)씨는 도시농업을 '푸드마켓'이라고 비유했다.
건강한 먹거리를 이웃과 나눠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텃밭에는 쌈 채소가 주를 이뤘다.
손쉽게 경작을 할 수 있고, 이웃과 나눠 먹기에도 부담이 없기에 키우게 됐다고 한다.
"텃밭에다가 키우는 건 농약을 안 쳐요. 내 손으로 바른 먹거리를 만들어 먹는다는 게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또 이걸 이웃과 함께 나눠 먹으면 이 맛에 텃밭하지 라는 생각이 들죠."
/글·사진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사진제공=인천농업기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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