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칠 '소신'도 부아 치밀 '막말'도 SNS로 통한다

 

▲ ※2019년 7월1일 기준
▲ ※2019년 7월1일 기준

송영길 '블로그' 통해 의정활동 알려
윤상현, 외교·안보정책에 소신 피력
지지층 '강화효과'로 네거티브 유인
총선 공천 영향에 '억지춘향' 운영도

지난달 30일 북미정상의 역사적인 만남은 '트위터'에서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오전 7시 DMZ 방문을 희망하는 게시글을 올린 후 32시간 만에 실제 회담이 성사된 것이다. 일부 외신에서는 이번 만남을 두고 '트위터 회담'이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했다.

트위터는 140자(한국어 기준) 글자수 제한이 있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플랫폼이다. 한 개인의 오프라인 관계에 기반을 둔 일반적인 SNS 생태계와 달리, 관심사를 바탕으로 익명성에 의존한 소통이 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곳을 현실 정치의 영역으로 흡수했다. 대통령선거 이전부터 자신만의 국정 운영철학을 홍보하는 공간으로 만든데 이어 이번엔 다른 정치인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든 것이다.

돌아보면 우리 정치인도 활발한 SNS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정치인들이 SNS를 잘 활용하며 시민들과의 소통영역을 넓혀가고 있을까.


▲우리 정치인은 '정당 대변형' 혹은 '소신형'?
정치인에게 SNS는 기본적으로 자신을 홍보하는 장이다. '블로그'가 가장 일반적인 플랫폼이다. 인천지역 기반 13명 의원들은 하루 이틀 꼴로 사진과 함께 의정활동 게시글을 '기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인천 계양을) 의원 블로그 게시글은 지난달 기준 41건에 달한다. 기고·인터뷰 등 3건과 6·25전쟁 관련 메시지 1건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역을 누빈 의원의 활동기록을 담고 있다.

이와 달리 각 개인 행보를 면밀히 볼 수 있는 플랫폼은 바로 '페이스북'이다. 의원실 직원들이 내부 검열을 통해 올리는 일반적인 관리형 게시글과 별개로 스마트폰을 통해 의원들이 직접 글을 남기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마저도 소속정당의 정치적 입장을 다루는 것이 일반적이나, 개인적인 입장을 밝히는 '소신형' 의원도 종종 눈에 띈다.

자유한국당 윤상현(인천 미추홀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대표적이다. 기본적으로 정부 외교·안보정책에 있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면서도 3선 중진으로서 정치적 소신 발언도 종종 내놓고 있기 때문. 특히 지난달 13일 윤 의원은 국민투표를 통해 의원을 파면시킬 수 있는 '국민소환제'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5월에는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국회에서 강하게 싸워주길 원한다"며 복귀를 주장해 지지층 간의 토론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2019년 SNS 트렌드는 '막말'?
지난달 12일 한국당 민경욱(인천 연수을) 의원은 지역구 한 커뮤니티 카페에 '화물차주차장 대책회의'를 알리는 게시글을 올렸다. 이 회의는 인천항만공사(IPA)가 추진 중인 인천 송도국제도시 9공구 대형차량 주차장 조성사업 관련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앞서 민 의원은 인근 주민들의 민원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주민들 대부분은 해당 게시글에 '감사'를 표하는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일부 논란도 있었다. 몇몇 주민들이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과 막말 행태 등을 비판하며 갑론을박을 벌인 것. 주민 A씨는 "일은 입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며 "제발 국회 가서 일해달라"고 당부했다.

당시 국회는 짝수 달 임시국회를 열어야 하지만 여야합의가 되지 않아 미뤄진 상황. 그러다 결국 2주가 지난 이후에서야 84일 만의 정상화가 이뤄졌다. 문제는 국회가 멈추며 여야 대립이 격해지자 전·현직 의원들이 'SNS 막말'을 통해 존재감을 뽐냈다는 사실이다.

대변인으로 뛰고있는 지역 의원들도 적극 참전했다. 박찬대(인천 연수갑)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국당을 저격하며 '인분'에 비유하는 글을 올려 지난 5월 검찰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인분 그림과 함께 "독재타투? 헌? 법수호, 입에서 나오는 이게 무엇이냐"고 쓴 후,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사진과 "끄~응"이라는 댓글을 올렸다.

한국당 대변인 민 의원은 지난달 2일 '헝가리 유람선' 사고를 두고 "골든타임은 3분"이라는 말로 물의를 빚은데 이어,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순방을 두고 '천렵질'이라 비하한 후 "나도 피오르해안을 관광하고 싶다"는 게시글을 작성했다. 해당 글에 관심을 표한 이들은 416명. 대부분 댓글로 '혈세관광'이라며 공감을 표했다.

▲유권자가 원하거나 정당이 원하거나…'SNS 천태만상'
이에 대해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종의 '강화효과'라고 지적한다.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온라인 정치행동이 다양한 정치계층을 잇는 대신 기존 오프라인 참여자를 집약하는데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 의견에 대한 접근성 자체는 높아지면서도 오히려 다양한 소통이 어려워진 아이러니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SNS 매체 효과는 기본적으로 새로운 유권자를 만나는데 있으나 현실에서는 부작용이 더 크다. 일반 유권자에 대한 홍보효과는커녕 네거티브를 통한 주목 끌기가 더 쉽기 때문"이라며 "때문에 SNS를 통해 기존 지지자들만 모여 소통이 좁아지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이기' 위한 대표적인 플랫폼이 '유튜브'다. 현재 각 정당은 뉴미디어시대 흐름에 발맞춰가기 위해, 민주당 '씀'·한국당 '오른소리' 등과 같은 공식 영상콘텐츠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의원 가운데서는 민주당 맹성규(인천 남동갑)·박찬대·송영길 의원, 한국당 안상수(인천 중·동·강화·옹진)·이학재(인천 서구갑) 의원, 이정미(비례) 정의당 대표 등이 활동 중이다.

하지만 운영하는 입장에선 어려움이 크다. 콘텐츠 기획·촬영·편집 과정에서 최소 한두 명이 넘는 인건비가 들어가지만 그만큼 성과가 보이지 않기 때문. 실제 의원들 가운데 가장 구독자가 많은 이정미 대표 채널도 구독자 수가 8932명 정도이며, 가장 적은 의원채널의 경우 10여명인 곳도 있다.

문제는 정당에서 장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당은 우수영상 콘테스트 등을 개최하며 관심도를 높이고 있으며, 민주당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당 현대화특별위원회' 등을 통해 유튜브 등 SNS 정치활동을 권장하는 6가지 미션을 공지하기도 했다. 시기상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만큼 의원들 입장에선 따르지 않기도 어렵다.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내년 공천과정에서 평가항목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총선을 위한 대규모 물갈이가 예상되는 가운데, 유튜브 활동기록 등이 혹여나 의원들에 대한 결점사유가 될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희 기자 har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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