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인천을 읽다] 아침에-위선환  
[시, 인천을 읽다] 아침에-위선환  
  • 인천일보
  • 승인 201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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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보고 있는 강물 빛과 당신의 눈빛 사이를 무어라 이름 지을 것인가

시간의 저 끝에 있는 당신과 이 끝에 있는 나 사이는 어떻게 이름 부를 것인가
고요에다 발을 딛는 때가 있다 고요에다 손을 짚는 때가 있다
머뭇거리며 딛는 고요와 수그리고 짚는 고요 사이로 온몸을 디밀었으니
지금, 내 몸에 어리는 햇살의 무늬를 어떤 착한 말로 읽어내야 할 것인가
나뭇잎과 나뭇잎의 그림자 사이를 나뭇잎이 나뭇잎의 그림자가 되는 사이라 읽으니,
한 나무는 다른 나무쪽으로 가지를 뻗고 다른 나무는 한 나무쪽으로 가지를 뻗어서
두 나무는 서로 어깨를 짚어주는 사이라 읽으니,


사물 그대로의 모습이란 꾸민 것 없는 자연 본래의 모습, 청정무구(淸淨無垢)라는 말이다. "나뭇잎과 나뭇잎의 그림자 사이를 나뭇잎이 나뭇잎의 그림자가 되는 사이라 읽으니/한 나무는 다른 나무쪽으로 가지를 뻗고 다른 나무는 한 나무쪽으로 가지를 뻗어서/두 나무는 서로 어깨를 짚어주는 사이"가 되는 동일성의 세계. 모든 자연성에 내재하는 이 존재의 근원을 발견한 화자의 놀라운 표현들은 시인의 마음에 본래 청정무구의 세계가 내재하지 않고는 도무지 발견할 수 없는 일이다. 나무도 꽃도, 바람도 하늘도 건조한 이 어려운 때에 시인과 동시대를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주병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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