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실 아주대 교육대학원 교수

'늙어가는 대한민국' 그리고 '노령공화국'이라는 말이 요즘 부쩍 회자된다. 그런데 이런 말들을 접하면 먼저 실업과 좌절, 빈곤과 소외 등의 '불안과 부정'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거리마다, 일터마다 곳곳에 급자기 노년층의 출현이 눈에 띄게 늘고 있음을 실감한다.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그친 지 오래되는 시골마을의 인구 감소와 급격한 노령화 추이 또한 극단적 양극화 현상을 불러오고 있다. 머지않아 적지 않은 마을이 인구 급감으로 지도에서 사라질 위기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무려 738만명이 65세 이상 인구인 대한민국은 가히 '노령공화국'으로 불릴 만하다. 세상이 온통 어르신으로 가득찬 노령사회가 이미 오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2060년 한국의 노령인구는 41.1%로 추산된다. 초고령사회의 기준을 두 배 이상 훌쩍 넘어서는 '울트라 초고령사회'가 될 전망이다. 역조적으로 저출산 현상이 심각하다 보니 극한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앞둔 우리의 고민이 점점 깊어질 수밖에 없다.
노령화 사회에 대한 암울한 지표(죽음, 질병, 일자리, 이혼 등)들이 보여주듯 노인들은 가난과 외로움이란 이중의 늪에 빠져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비단 암울하기만한 자화상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용률이 30.6%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EU 국가보다 높은 수준이다. 단체에 참여하여 활동하는 고령자는 42.9%, 자원봉사 활동 참여율이 6.3%, 60대의 인터넷 이용률 82.5%, 고등교육이상의 비율이 60.4% 등 활기찬 노년의 지표들이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온다.

노년은 결코 쓸모없음에 이르는 것이 아닌 덕이 깊어지고 성숙해 가는 과정이다. 어르신들의 지혜가 우리 사회에 인문자본, 사회적 자본으로 승화돼야 할 것이다. 우리의 삶보다 더 훌륭한 교육자는 없다.
나는 평생교육학자로서 '노년'과 그 노년의 삶에 대한 전혀 다른 새로운 성찰이 필요함을 절실히 감지한다. 그 일환으로 얼마 전 한국노년교육학회 연차학술대회에서 '노년의 성찰 : 지혜로운 나이 듦을 배우다'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그동안 노년학과 교육학의 접목 지대에서 학문적으로 관심 가져 왔던 노령화 사회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이러한 사회에서의 노년기 삶의 색다른 매력적 반전에 대한 학문적 생각의 일단을 풀어냈다.

노년의 성찰이란 학문적으로도 분명 의미 있는 '오래고도 새로운' 주제였다. 노년기의 나이듦에 대한 일종의 '평생교육학적 말걸기' 시도였다.
지금까지 통념상 '나이듦'이란 우리에게 '늙어감' 또는 '쓸모 없어짐'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 생각을 파격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고 싶었다. 나이듦을 단순히 늙어감으로서가 아니라 '익어가는 것', '인간으로 완성되어 가는 것', '보다 성숙해지는 것', '어른이 되어 가는 것'으로 새롭게 조명하며 노년을 비참함이 아니라 지혜롭게 활기찬 축복의 노년으로 맞이할 수 있게 파격적 반전으로 도모하기 위한 논의를 풀어내 보고 싶었다.
삶의 매 순간 우리에게 지금은 가장 소중하다. 그렇기에 배움에 있어서도 결코 늦었다는 말은 없다. 노년의 삶에 있어 배움은 가히 '젊음의 묘약'이라 불린다. 숨을 거두는 그 순간까지 배움은 결코 멈출 수 없는 삶의 본질이다. 린드만과 같은 성인교육학자는 '우리 모두는 누구나 매 순간, 삶의 모든 여정에 있어 배움을 구하는 존재로 살아간다. 삶 그 자체가 배움이다. 따라서 배움을 멈추는 순간 삶도 함께 멈춘다'고 그는 전한다.

이렇듯 인생의 어느 단계에 있든 우리는 모두 되어감의 여정에 있고 '배움'은 오늘의 인식이다.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
'어른으로 늙어갈 용기'를 말한 어느 인문학자의 말이 떠오른다. 최근 인문학자들이 말하는 지혜로운 나이듦에 대한 성찰적 교훈들은 고령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이렇듯 새로운 삶의 주인공 노년은 통찰이 늘어가는 어른으로 멋지게 일궈가는 시기이다. 어쩌면 백세시대에 활력 있는 노년은 당연한 풍경이 될지도 모른다.

어른들의 지혜로 일궈가는 반전이 있는 희망의 세상, 힘찬 대한민국, "당신들이 걸으면 길이 되고 빛이 될 것입니다." 어르신들께 존경과 감사를 담아 큰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