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열 애스컴시티뮤직아트페어 대표


인천 부평구에 있는 애스컴시티(ASCOM CITY : 미 군수지원사령부) 미군기지 내 캠프마켓 오수정화조 부지를 부평구가 혁신센터 부지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국방부와 매입 협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다.
부평구가 구상하는 이곳 조감도를 보니 역사문화 인식이 전혀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부평 캠프마켓 미군부대는 현재 베어커리 공장이 가동 중이다. 한반도에 주둔한 미군에게 빵을 보급하고 있다.
부평 캠프마켓에는 DRMO(정비), 수송 등 여러 기능을 수행한 부대들이 주둔했었다. 하지만 1972년 미국 정부의 주한미군 축소 정책에 따라 기능이 축소돼 재배치되는 과정을 거쳐왔다. 부평 캠프마켓(44만㎡)은 역사문화공원으로 가지정돼 있고 반환 이후의 활용 역시 지역문화 관점에서 남아 있는 건물들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지역여론이 형성됐다.

인천시는 부평이 한국 대중음악의 뿌리라는 역사적 근거에 따라 캠프마켓 부지에 한국대중음악자료원을 정부에 제안하고 유치하려는 관련 용역도 진행 중이다. 캠프마켓 부지를 지역문화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큰 틀이 마련된 상황이다. 부평구가 추진하는 굴포천 복원, 11번가 사업 등의 도시재생사업과 함께 애스컴시티 캠프마켓은 역사와 문화의 복원과 가치 재발견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캠프마켓 오수정화조 부지에 세우겠다는 혁신센터 조감도를 보면, 부평지역의 근현대사를 80% 관통하는 부평 미군기지의 역사를 모두 없애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콘테이너 박스를 늘려놓는 조감도이기 때문이다. 조감도는 방향성을 담은 계획도이다. 이 조감도를 그린 그룹은 부평지역의 역사와 문화, 미군기지 역사에 대해 전혀 이해가 없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 같아 충격이다.

부평지역에서 펼쳐지는 도시재생사업은 이제 '새 것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 역사와 문화를 모조리 없애는 시대는 지났다. 20대였던 이어령이 낡은 모든 것들을 전부 없애야 한다는 화전민 의식을 설파한 1960년대와 다른 2019년도를 우리는 살고 있다.
공간에서 장소로, 문화에서 지역문화로 가자고 외친 지 30년이 지났다. 지역에 녹아 있는 역사와 문화, 사람들이 만들어낸 시간의 흔적들을 발굴·발견하고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것이 지역문화 의식이다. 이런 기제가 없이 진행되는 지역에서는 그 어떤 사업과 시도도 지역과 결합될 수 없다.
캠프마켓 오수정화조는 소규모 공연도 펼칠 수 있는 독특한 공연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공원으로 활용하고, 미군 정화조 시설이었음을 알려주는 표지판을 세웠으면 한다. 캠프마켓 오수정화조는 역사에 기록될 뿐만 아니라 그 어디에도 없는 톡득한 야외공연장이 될 수 있다.

부평구는 '역사를 담고 음악이 흐르는 문화도시'를 표방한다. 문화도시로 선정되기 위해 최근 정부에 신청서도 제출했다. 부평구는 부평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그래서 부평구에서 도시재생을 담당하는 그룹은 역사를 담아 음악이 흐르는 장소로서 캠프마켓 오수정화조 부지를 제대로 그리길 당부한다. 지역 문화의식을 바탕으로 새 조감도를 만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