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장 단정 기준 불명확 젊은층-기성층 대립
공직 전체 확산 못해 "법 개정없인 정착난감"
수원시가 지난해 여름부터 허용한 '반바지 착용' 방침을 놓고 고심중이다.

시 내부에서 '격식'과 '실용' 사이에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이같은 논란이 제기된 주 요인으로 공무원의 복장을 획일적으로 정한 규정이 지목되고 있다.

10일 행정안전부와 수원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부터 공무원들의 반바지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

한 공무원이 '시원하게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고 싶다'는 민원이 계기가 됐다.

이 공무원의 민원을 접한 염태영 수원시장은 다음날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했고, 이후 공무원들도 반바지를 착용할 수 있게 된 토대가 마련됐다.

사실 '여름철 복장간소화'는 행안부에서 매년 권고한 사항이다.

행안부는 품위유지, 공직예절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연중 자유롭고 편안한 복장을 착용하도록 각 지자체에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타이 정장, 칼라셔츠, 반바지 등의 예시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복장 기준은 마련하지 않았다.

특히 품위를 해치거나 민원인에게 거부감을 줄 정도로 화려하거나 지나친 개성을 표현한 옷을 입는 것은 자제시켜 일선 공무원들이 혼란을 겪었다.

공직사회에서 염 시장의 출근이 파격적이라고 평가한 것을 비춰보면 '반바지 착용'은 생소한 일로 여겨진 셈이다.

염 시장의 반바지 행보는 공무원들로부터 반향을 불러일으켰지만, 공직사회 전체로 확산되지는 못했다.

명확한 착용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데다, 실용을 중시하는 젊은층과 권위와 격식을 중시하는 기성층의 생각이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 내부에서도 반바지 착용 문화가 쉽게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관련규정을 꼽고있다.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을 보면 '공무원은 근무 중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단정한 복장을 착용해야한다'고 명시 돼 있다.

문제는 '단정한 복장'의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는데 있다.

수원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찢어진 청바지 금지 등 자체 기준안을 마련했으나, 법 개정(지방공무원 복무규정)없이는 정착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정장차림이 법에서 규정한 단정 기준으로 굳혀져 반바지 차림을 바람직하지 않은 복장으로 인식하는 공무원들이 있다"며 "공무원들의 반바지 차림 활성화를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민원인 또는 근무기강을 해치지 않기 위해선 단정한 복장을 입어야 한다"며 "여름철 권고는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법 개정 또는 반바지 복장 허용 기준에 관한 논의는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