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 10명 중 4명이 가정폭력에 시달린다고 한다. 2017년 국가인권위의 실태조사 결과다. 최근 30대 한국 남편이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부인을 아이가 보는 앞에서 상습적으로 무차별 폭행한 사건은 사회적 공분을 넘어 대한민국의 민낯을 드러내는 부끄러운 일이다. 인천에 사는 캄보디아 출신 A(28)씨도 똑같은 일을 겪었다.

A씨는 6살배기 아이와 폭력피해 이주여성쉼터 '울랄라'에서 2년을 지냈다. 자신의 고국을 떠나 먼 이국에서 가정을 잃었다. 한국인과 외국인이 결혼하는 다문화 사회가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그들이 사는 가정을 들여다보지 못한 결과다. 다문화 혼인 비율이 전체 혼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에 달한다.
가정폭력 등으로 가정을 잃게 되는 결혼이주여성들이 살아가야 할 길도 막막하다. 이들을 위한 쉼터가 있지만 수요에 비해 규모가 작고 자립 지원도 부족하다.

인천지역 폭력 피해 이주여성쉼터는 '울랄라' 한 곳 뿐이다. 정원이 15명이지만 지난해 28명이 생활했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을 심화시키는 만혼 남성의 증가와 결혼 가치관의 변화, 농촌을 기피하는 현상 등은 한국 사회의 결혼이주 인구 유입을 촉발하는 원인이다.
또 결혼이주여성들이 가부장적 주류 집단에서 정체성을 찾아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외국인 며느리들이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한국어 능력을 갖추게 하는 일은 철저하게 우리 사회의 책임이다. 더욱이 인권이 유린되는 일방적인 순응은 인간으로서의 정체성마저 빼앗는 일이다. 건강한 다문화 가정의 육성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 다인종 다문화는 한국 사회가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다.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차별과 가정학대가 있는 한 우리는 국제적 야만 국가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결혼이주여성은 이방인이 아닌 우리의 일원이기 때문에 그들의 정착을 지원해야 한다. 10여년 전 남편의 폭력으로 갈빗대 18개가 부러지고 결국 숨을 거둔 19세 베트남 출신 후안마이를 다시 기억해야 한다.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인종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고 이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건강한 가정이 있어야 행복한 사회도 가능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