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저널리스트


2015년 8월, 뜨거운 태양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하루였다. 바닷물을 끼고 있는 송도센트럴파크도 여지없이 달궈질 대로 달궈졌다. 주민들은 해가 지고 난 한참 뒤에야 늦은 산책길에 나섰다. 나는 '송도아트시티 공공미술 프로젝트' 일환으로 그곳에 설치된 미술 작품 전체를 일주일째 밤낮으로 촬영하고 있었다. 흥건하게 젖은 땀으로 옷에는 하얗게 소금꽃이 피었다.

야경 촬영을 위해 트라이포드를 설치하고 작품 속을 누볐다. 어느 작품 앞에 산책 나온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의 발길을 잡는 작품은 바로 '송도 트리'(이명호作)였다. 대낮에는 하얀 캔버스 앞에 그림이 아닌 실물 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기 때문에 별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런데 조명이 불을 밝히자 이곳은 금세 실루엣(그림자) 촬영의 포인트가 됐다.
장난기 가득한 아이들부터 아이를 앞세운 가족 그리고 연인에 이르기까지 모두다 실루엣 촬영 한 컷을 위해 줄을 섰다. 그 작품은 삽시간에 관람객을 매혹시켜 버렸다. 나는 덕분에 나무를 배경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실루엣을 앵글에 담을 수 있었다. 그 사진에는 '그림자놀이'에 푹 빠진 인천사람들의 행복과 사랑이 가득했다.

공공미술이 우리의 일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 아니 그것이 예술의 범주에 속할 수 있을까? 늘 이런 의문을 가진 나의 무지함은 그렇게 한순간 작품 앞에서 무너져 버렸다. 그 이후로 길가의 작은 설치미술 하나도 그냥 스쳐가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 우연히 마주한 '작품'은 잠시나마 내 사진이 꿈꾸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