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필리핀 불법 쓰레기 반송'을 둘러싸고 제주도에 사과 촉구 등 공세를 받고 있지만 이러한 공세는 조만간 수그러들 전망이다.
아직 필리핀 현지에 남아 있는 불법 쓰레기 5177t 중 1800t가량이 제주도산 쓰레기로 드러난 탓이다.
도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지만 환경부가 9일 마련한 관계 지자체 회의에서 잔여 쓰레기 처리 문제를 두고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다시 공방이 재현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8일 도에 따르면 필리핀에 불법 수출돼 민다나오섬에 있는 잔여 쓰레기는 5177t으로, 환경부는 지난달 12~14일 필리핀에 대표단을 파견해 협의한 결과 우리나라로 반입·처리하기로 했다. 이 쓰레기는 지난해 7월 평당항 서부두(당진 쪽)를 통해 포장되지 않은 무더기 상태로 수출돼 민다나오섬에 방치된 상황으로, 이 중 1800t가량은 제주도산 쓰레기로 드러났다.

앞서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3월 18일 제주도 압축 포장 쓰레기 해외 불법 수출과 관련해 관련한 사과문을 내고 공식으로 사과한 바 있다.
원 지사는 당시 "제주도는 제주북부소각장으로 반입된 타는 폐기물의 처리 과정에서, 처리업체에 위탁했던 압축 포장 폐기물 중 일부가 필리핀으로 반출됐다가 반송된 사실 등을 확인했다"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자체 조사한 결과, 2016년 12월 계약된 1782t의 압축 포장 폐기물이 필리핀 민다나오에 처리되지 않고 보관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환경부와 관련 지자체들은 9일 반입 항만, 처리 방식 등을 협의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쓰레기를 돌려받아도 내륙으로 보내 위탁 처리해야 할 형편이다. 쓰레기를 평당항으로 들여와 평택시와 환경부가 처리한 뒤 제주도산 쓰레기 처리에 대한 비용을 제주도에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 관계자는 "잔여 쓰레기 일부가 제주도에서 반출된 것을 제주도도 인정하고 있어 9일 관련 지자체들이 환경부와 회의를 열어 처리 방식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날을 세운 원 지사의 공세도 원동력을 잃게 됐다.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됐다가 평택항에 반송된 쓰레기에서 제주도산 쓰레기를 발견하지 못해 공세를 이어갔었지만 잔여 쓰레기에서는 제주도산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반입 방식을 둘러싸고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고, 평택시의회와 평택지역 환경단체, 평당항 부두 운영사 등은 필리핀 불법 수출 쓰레기의 평당항 반입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도는 제주도 공세에 대해 별다른 대응은 하지 않기로 했다.
도 관계자는 "공방 자체가 소모적이어서 대응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