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정 송도소식지주민기자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바다가 옆에 있는 인천 송도로 이사 온 지가 1년6개월이 됐다.
서울에 살았던 시절에는 인천이 멀게만 느껴졌는데 송도에 오게 된 것이 나에게 많은 기적을 가져다 줄 거라고는 감히 상상도 하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도 나에겐 변할 수 없는 간절한 꿈이 하나 있다. 그것은 옷을 만드는 일이다. 멋진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인생은 나에게 가끔씩 잔인할 만큼 꿈을 이뤄낼 시도조차 할 수 없게 했다.
사춘기를 보내며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난 그 끈을 놓지 않았고 짧은 방황 끝에 어렵게 산업디자인학과에 들어가 공부를 했다. 졸업 후 광고회사를 거친 후 디자이너의 삶을 살면서 신기하게도 패션회사에 입사해 옷을 접하게 됐다. 그때 20대의 삶은 평생 잊지 못할 열정을 쏟았던 시절이다.
나의 삶은 격정적이었다. 아이들과 시골로 이사해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꿀벌을 키우며, 곶감농사를 하면서 15년이라는 세월을 보냈다. 이제 할머니가 되어서야 시골을 떠날 수 있었고, 인천 송도로 이사 왔다.

바닷바람이 얼마나 시원한지 가슴속까지 들어와 그동안 굳었던 마음까지 풀어준다.
많은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시골로 내려가 사는 것을 꿈꾼다. 그러나 나는 밤의 야경을 바라보며 사는 것을 더 좋아하는 도시 스타일이다.
아무것도 바랄 수 없던 시골에서의 시간 때문인지 꿈을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송도로 이사 오면서 다시 꿈이라는 단어를 품게 됐다.

공동연합체 카페를 오픈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연합으로 하는 것이라 많은 회의가 필요하지만 한마음, 한뜻으로 모인 곳이라 기대된다. 여기에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을 풀어 놓고 싶은 욕구도 있다. 이곳에 채워 놓아질 제품들을 그리면서 열정을 쏟을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또 작가들을 초빙해 여러 가지 공방에서 배울 수 있는 교육의 장소로도 활용하고 싶다.

인생을 뒤돌아보면 많은 기억들이 사진첩처럼 펼쳐진다. 인생의 기회는 세 번 온다고 했다. 이 기회는 나에게 몇 번째일까? 어쩌면 기회라기보다는 하늘이 준 특별한 선물 같은 느낌이다. 포기하고 싶은 시간도 있었지만 인내하면서 걸어왔던 시간의 보상 같다. 오랫동안 품었던 꿈을 펼칠 곳이 송도이기에 더욱 그렇다.
지난 2002년 모든 국민이 열광했던 월드컵 때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문구가 나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것이 떠오른다. 50대 후반에 꿈을 이룰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인내한다면 그 꿈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