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환 논설위원

수습기자 교육 시 단골 금언이 있다.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되지 않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19세기 미국 언론인 찰스 대너). 그때는 맞고 이제는 틀린 얘기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온갖 개들이 지면을 장식한다. 반려견 500만 가구 시대다. 유명 아파트 브랜드를 패러디한 '개 편한 세상'이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있다. 한 지인이 최근 350만원을 들여 반려견 유방암 수술을 했다고 한다. 비용 부담을 위로했더니 그보다는 앞으로 그 '아이'가 겪을 항암 치료에 마음이 더 아프다고 했다. ▶1990년대 중반 유럽의 한 도시에 머무를 적 일이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개들이 저마다 말쑥하게 옷을 차려 입고 산책을 나왔다. 이른바 개 재킷이라고 했다. 처음 보는 우스꽝스런 모습에 너무 큰 소리로 웃었다가 눈총을 받았다. 어느 날은 카페에서 차를 같이 마시던 그곳 친구가 시계를 보더니 서둘러 일어났다. 개 산책 시간이라고 했다. 늦으면 개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개라고는 마당에 놓아 먹이는 멍멍이 정도밖에 몰랐던 나라의 시민에게는 가히 딴 세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반려견 의료보험에 장례식장, 추모예배, 개 TV채널까지 성업중이다. 최근에는 반려견과 함께 사는 시인들의 '개 시집'도 나왔다. ▶개가 사람을 무는 '뉴스'가 줄을 잇는다. 5월 말 인천대공원에서는 들개가 출몰해 산책 나온 시민들을 공격했다. 처음에는 야생의 진짜 '들개'인 줄 알았더니 유기견이었다. 아무튼 이 들개는 공무원들이 대거 동원돼 1주일만에 새끼 7마리까지 포획됐다. 6월 초에는 인천 미추홀구 보훈병원 주차장에 들개가 출몰해 시민들을 공격했다. 5월 말 수원의 한 놀이터에서는 말라뮤트종 반려견이 초등학생을 공격하는 사고가 있었다. 지난주 생생한 동영상까지 공개된 용인의 '폭스테리어 사건'은 안락사 논쟁으로까지 비화됐다. 3살 여아의 허벅지를 공격한 이 개는 이전에도 같은 아파트 한 초등학생의 신체 중요부위까지 물었다고 한다. 사람을 따라 개도 수도권에 밀집돼 사고도 잦은 모양이다. ▶사고가 벌어지면 견주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 아이는 원래 참 온순한데" "너무 오래 입마개를 차고 있는 게 불쌍해서" 등등. 몸집이 적지 않은 개와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함께 탈 때면 표정관리가 곤란하다. 너무 겁을 내면 이웃인 견주가 '유난스럽다'고 할 것 같아서다. 개가 사람을 무는 '뉴스'나 들개들의 습격에 생각나는 말이 있다. '함부로 키우지도, 함부로 버리지도 말아야 할 생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