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추상미술 대표주자 추더이, 경기도미술관 '아시안 웨이브'展
전통적 붓 아닌 삽·사포 등 활용 라텍스에 우연·유동적 효과 표현
▲ 추더이 作 '흑백여색(黑白與色)'.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그림의 모든 틀을 깨부순 위대한 작가의 전시회가 열린다. 대만 현대추상미술의 대표주자, 추더이가 그 주인공이다.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미술관이 9월1일까지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아시안 웨이브 2019:추더이' 전을 개최한다.

경기도와 아시아 현대미술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올해부터 선보이는 릴레이 전시 프로젝트 '아시안 웨이브'는 매해 아시아의 주목할 만한 작가를 선정해 작품세계를 소개하고 인접지역 예술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아카이빙을 취지로 마련된 전시회다.

이번 2019년 아시안 웨이브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가, 추더이는 한국에서 태어나 대만에서 활동하며 대만 현대추상미술계에서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해왔다. 출품작은 최근 작업의 경향을 볼 수 있는 2010년 이후의 회화 9점으로 작가가 성신여대 교환 교수 시기에 완성한 2010년의 작품들을 포함한다. 2010년은 그의 작업에 중요 도구로 라텍스를 처음 도입한 해로, 낯선 재료를 손에 익히고 조형적 실험을 거듭한 작가의 노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색채와 형태, 색면의 기하학적 요소로 이뤄진 추더이의 화면은 관객에게 공간을 인지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원근법과 명암법에 의존하거나 상징이나 의미를 부여한 사물의 재현이 아닌, 색상과 명도, 채도 혹은 화면 분할과 안료의 흔적을 통해 공간을 완성한다. 현실 속에서 움직이는 물질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 속에서 조형요소가 관계하며 드러내는 역동감 자체를 표현하는 것이다. 캔버스를 눕혀 천정을 향하게 하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행위는 우연이 아니다. 작가에게 추상화면은 색채와 형태가 부유하는 무중력의 공간을 표현하고 있다.

추더이가 작업에 사용하는 도구는 전통적인 붓보다는 장난감 삽이나 쓰레받기, 스프레더, 사포 등이다. 그리기 외에 뿌리고, 바르고, 스미고, 긁는 기법을 교차적으로 사용하는 것인데, 특히 라텍스는 그가 추상화에 대해 고민해온 비움과 채움, 허와 실 등 철학적 사유를 시각적으로 실험하기에 효과적인 매체로 작용했다. 라텍스를 뿌린 평면 위에 색채를 올린 후 굳은 라텍스를 다시 떼어내는 과정 속에서 액체의 우연적이고 유동적인 효과를 드러내고, 떼고 난 빈 배경이 마치 주변의 색채 사이로 떠 있는 듯한 효과를 내고 있다.

이처럼 50년을 몰두한 추상형식은 추더이로 하여금 무한한 정신적 자유에 이르게 하는 통로이자 출구였음을 작가는 작품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한편, 추더이는 대만 사범대학교와 파리 국립고등장식예술학교,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를 졸업 후 1998년부터 타이베이 국립예술학교의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해오다 지난해 정년퇴임했다. 유수의 기관에서 전시를 가졌고 현재 그의 작품들은 국립대만미술관, 타이베이 현대미술관, 가오슝 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